중국, 국영 방송 3사 통합해 거대 방송사 '중국의 소리'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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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개의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중앙(CC) TV, 중국에서 유일하게 중국 전역을 청취 지역으로 운영되는 라디오 방송국 중앙인민광파전대(CNR), 100개가 넘는 라디오 채널을 보유하고 50여 개국에서 방송되는 중국 국제 라디오 방송국(CRI). 중국 정부가 국내외 선전을 강화하기 위해 이 3개의 방송국을 ‘중국의 소리(Voice of China)’라는 이름의 국영 방송국으로 통합할 예정이라고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CCTV와 2개의 국영 라디오를 하나의 방송사로 통합 #중국 국무원 산하로 편입, 공산당 중앙선전부 지시 받아 #여론 통제 기능 강화, 국제사회 중국 이미지 개선 목표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 중앙(CC)TV의 전경. [바이두 캡처]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 중앙(CC)TV의 전경. [바이두 캡처]

SCMP에 따르면 지난 화요일부터 중국 온라인에는 중국 국영 방송국들이 통합될 것이라는 소문이 관련 문서와 함께 떠돌았다. 문서에 따르면 새로 만들어지는 거대 방송국은 중국 국무원 산하로 편입되며,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의 지시를 받게 된다. 공산당 선전부는 이와 함께 국가 최대 언론 감시 기구인 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도 흡수해 뉴스, 출판물 및 영화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할 예정이다.

SCMP는 복수의 소식통으로부터 방송국 통합에 대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관련 방송국 고위 관계자는 “공식적인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외부에 통합에 관한 사항을 발설해서는 안된다”며 방송국 통합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 문서에는 “중국 공산당의 이념과 정책을 장려, 주요 선전 보도의 계획 및 조정, 여론 형성 능력 강화, 글로벌 메시지 개선” 등 신설 예정인 방송국 ‘중국의 소리’의 구체적인 역할까지 명시되어 있다.

17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헌법에 손을 올리고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헌법에 손을 올리고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SCMP는 이번 방송국 통합은 공산당에 의한 여론 통제를 견고히 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공산당의 영도력 강화를 줄기차게 외치고 있다. 지난 20일 막을 내린 13기 전국인민대회(전인대)에서는 정부에 대한 공산당의 통제를 강화하는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최근 시 주석은 관영 매체들에 “중국 이야기를 잘 전달해야 한다”고 수차례 당부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포함해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이 중요한 사업을 다수 추진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대외 이미지 재고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번 방송국 통합 작업도 그 일환으로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SCMP는 설명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이동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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