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디자이너 김영세 회장(이노디자인)이 커피시장에 뛰어든다. 지난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에는 성화봉·성화대를 디자인해 화제가 되더니, 올림픽이 끝나기가 무섭게 새로운 개념의 커피메이커 겸 텀블러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다. 제품명은 모래시계란 의미의 프랑스어 ‘샤블리에(Sablier)’다. 커피를 만들고 담는 원리가 모래시계와 비슷해 붙인 이름으로, 모습 또한 모래시계를 닮았다.
'종이컵 안녕' 슬로건 걸고 신개념 텀블러 제작 #즐겨 마시던 드립커피, 쉽게 마시는 방법 고안 #원두가루·물 넣고 거꾸로 돌려 마시는 개념 #'커피 마시는 방법' 새롭게 제안하고 싶어
지난 3월 15일 “세상에 없는 새로운 물건을 만들었다”며 김 회장이 보여준 샤블리에의 겉모습은 흔히 사용하는 텀블러나 보온병과 비슷했지만 내부에 탑재돼 있는 개념은 완전히 달랐다. 드립커피를 만들기 위한 도구나 컵이 따로 필요 없이 커피를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커피메이커 겸 텀블러다.
그의 작품이 늘 그랬듯 시작은 단순했다. 평소 드립커피를 좋아하던 김 회장이 커피를 우려내고 컵에 따라내는 과정이 번거로워 ‘더 쉽고 간편하게 커피를 마실 수 없을까’란 궁금증을 가진 게 출발점이다. 샤블리에는 단순한 9가지 행동만으로 커피를 만들고 마실 수 있다. 원리는 이름처럼 모래시계를 닮았다. 텀블러의 한 쪽 위에 원두가루를 넣고 물을 부어 커피를 내린 뒤 뚜껑을 닫고 뒤집어서 마시는 게 끝이다. 사용한 원두 가루는 텀블러 안에 그대로 넣어뒀다가 씻을 때 버리면 된다.
김 회장은 “커피시장에 대해 공부하다보니 1년에 580억 개의 종이컵이 사용되고 있고 이를 위해 2000만 그루의 나무가 잘려나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종이컵 사용만 줄여도 지구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는 ‘종이컵 안녕’이라는 글귀를 슬로건으로 정하고 샤블리에와 전용 커피를 식목일인 오는 4월 5일 코엑스 커피 엑스포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그는 "커피 관련 제품을 개발한 게 아니라 커피를 마시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라며 "디자인으로 지구를 지킨다는 디자이너로서의 미션을 담았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주)샤블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