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성룡 기자]
황당한 상황에 더해 인물의 성격 역시 모순적이다. 미술 애호가인 듯 싶던 미나는 사실 소설가 도스토옙스키와 드라마 '카레이스키'를 구별 못하는 지성의 소유자다. 대우 역시 만만치 않다. 허구한 날 비실대면서도 인터넷 만능풍조를 비꼴 때는 속사포 같은 말솜씨를 자랑한다.
이 영화가 제 맛을 내는 둘째 비결은 여기에 있다. 충무로 첫 주연을 맡은 두 배우는 표현이 쉽지 않은 인물에 그럴듯한 살을 붙여 주연에 값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싱그럽고 풋풋한 이미지였던 최강희가 싸늘하고 도도한 눈빛으로 매력을 발산하는 대목도 흥미롭지만, 박용우(35.사진)의 코미디 연기는 두고두고 회자될 만하다. 자칫 전형적인 소심남이 될 뻔한 인물에 까탈스러운 성격으로 입체감을 더해 영화의 첫 장면부터 흡입력을 발휘한다. 지난해 강한 인상을 남긴 '혈의 누'의 진지한 연기를 기분 좋게 배신한 그를 만났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으면 대부분 미나밖에 안 보인다고들 해요. 근데 저는 대우야말로 참 사기 치기 좋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송강호 선배가 한 말인데, '연기는 사기다'라고요. 그 장르와 인물에 맞춰 진짜 사기를 치는 듯 리얼해야 한다는 거죠. 대우는 흔히 소심하고 예의 바를 것 같지만, 사실은 자존심이 아주 세고 그래서 남들 다 하는 연애를 못 해본 데 대한 분노와 짜증이 대단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마치 'B사감과 러브레터'의 B사감처럼요."
그를 지금 같은 배우로 만든 결정적 계기는 드라마 '무인시대'(2003년)다. 정통사극 특유의 쟁쟁한 선배들과 만나면서 그는 "정신이 번쩍 났다"고 했다. 그는 이 드라마 덕에 '혈의 누'에 출연하게 됐다. 여기선 차승원을 통해 감독과 사전에 충분히 얘기를 나누면서 인물을 만들어가는 법을 배웠다.
'달콤살벌한 연인'은 이런 경험을 토대로 했다. 시나리오를 직접 쓴 손재곤 감독과 한 달 반쯤 요모조모 대화를 나누면서 시작한 영화다. 극 중 황대우의 모습 역시 감독을 크게 참조했다는 귀띔이다. "자존심 강하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 닮았어요. 예의 바른 듯하면서도 남의 눈치 안 보고 독설도 마다 않는 느낌을 전하면 재미있겠다 싶었죠."
현재의 인생 목표는 이렇게 요약된다. "사생활은 평범하게, 일은 열정적으로, 그리고 자기학대를 힘들어하지 않는 것"이다. 자기 학대? "제 연기에 절대 만족하지 않는 거죠. 저에게는 그게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딱히 미남도 아니고, 연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5월 개봉 예정인 '호로비츠를 위하여'와 현재 촬영 중인 '조용한 세상'까지 올해 무려 세 편의 영화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글=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