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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폭로 때문에 수업 결손” … 학교가 피해자 2차 가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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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스쿨 미투(#MeToo)’로 교육청 특별감사를 받고 있는 서울 M여중이 피해자에 대한 사과보다 ‘피해자 탓’을 하며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학교 측이 “미투 폭로의 대상인 교사가 수업에서 제외되면서 오히려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앞서 8일 M여중을 졸업한 이모(22)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생물 담당 오모 교사로부터 여러 차례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스쿨미투’ 서울 M여중 논란 #졸업생이 폭로한 교사 여전히 재직 #교장 “제보가 과장 심하다” 발언 #학부모총회 참석자가 녹취 공개 #시 교육청선 “교사 3명 성폭력 확인 #피해 학생 보호 조치 … 심리 치료도”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와 관련해 학교는 지난 14일 학부모총회를 개최했다. 당시 한 학부모가 M여중 최모 교장의 발언을 녹취했다. 녹취본에 따르면 최 교장은 “오 교사는 학교에서 방치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 오 교사를 사직시키고 후임 교사를 임명해야 학생의 수업 결손을 막을 수 있다”며 “그러려면 경찰의 수사 개시 통보가 와야 하는데 피해자 측에서 자꾸 미뤄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씨를 대신할 교사를 뽑지 못하는 이유를 피해자 탓으로 돌린 것이다. 이씨의 폭로 이후 M여중 선후배들이 비슷한 성추행·성희롱 사례를 제보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최 교장은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야기와 뉴스에서 보도된 내용은 과장이 심하고 진실이 아니라고 말씀드린다. 우리 학교가 마치 영화 ‘도가니’인 양 묘사되는 것 같다”고 발언했다.

피해자인 이씨는 즉시 최 교장과 학교 측을 규탄하는 행동에 나섰다. 학교 측의 사과를 요구하며 지난 18일 온라인 서명을 시작했다. 이씨는 ‘사과요청문’에서 “학교는 당시 이 사건에 대해 무지했던 점, 피해자를 도와주지 못한 점, 이러한 교사를 채용하고 방관한 점에 대해 마땅히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M여중의 억압적이고 여성 차별적 교육방침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온라인 서명에는 하루 만에 네티즌 1400여 명이 참여했다.

이씨는 “피해자에 대한 언급은 저를 지목하며 ‘고발을 미루고 있다’는 말밖에 없었다”며 “피해자들로부터 무수한 제보를 받았는데 그 제보를 마치 유언비어처럼 치부한 것도 문제”라며 “사과요청문과 온라인 서명은 21일 학교 측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교장은 “저쪽에서 녹취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다. 학교에서 드릴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이씨가 고소·고발을 미뤄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총회 당시 발언에 대해서도 “일주일씩이나 수업을 못했다. 오늘(19일)부터 시간강사를 구해 수업 중”이라고 답변했다.

미투 폭로 이후 이씨는 M여중 졸업생·재학생으로부터 수많은 미투 제보를 받았다고 한다. 오 교사와 관련된 사례만 해도 80여 건에 이른다. 오 교사는 교단에서 “배란기 때 여성호르몬이 나오니 생리할 때 남자를 만나라” “너는 가슴이 크니 취직이 잘될 것” 등 노골적인 성희롱을 했다는 것이 제보의 주요 내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M여중에 대한 특별감사 진행 과정에서 일부 재학생이 지난해 오 교사를 포함해 3명의 남자 교사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지난 12일 M여중 1~3학년 전교생을 대상으로 교사들에 대한 성폭력 피해가 있는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재학생의 추가 피해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민종 시교육청 감사관은 “해당 교사들이 학생들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언어를 사용하고 일부 학생과는 신체적 접촉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학생 인권 보호 차원에서 구체적 피해 정황 조사 등은 시교육청 감사관이 아닌 학생인권교육센터 소속 성인권조사관 등이 맡았다. 주소연 서울시교육청 평화로운학교팀 장학관은 “피해 학생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호조치뿐 아니라 심리상담·치료 전문가를 투입해 M여중 전교생의 심리 치유 프로그램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원석 ·박형수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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