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단일팀 北선수들 “또 만나자 약속…부둥켜 울며, 자리 못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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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 결정전 남북 단일팀 대 스웨덴 경기가 끝난 뒤 북측 김향미(가운데 26번)가 남측 선수들과 한데 어울려 밝게 웃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달 20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 결정전 남북 단일팀 대 스웨덴 경기가 끝난 뒤 북측 김향미(가운데 26번)가 남측 선수들과 한데 어울려 밝게 웃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에서 뛰었던 북한 선수들이 북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쉬움과 기대감을 전했다.

19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이날 남북단일팀 북측 선수인 여송희, 김향미, 황충금 선수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이들은 북한 귀환 당시를 떠올리며 “버스가 조금만 더 늦게 떠났으면 좋겠다는 심정이었다”며 “다시는 못 만날 수 있는데 울면서 우리 다음번에 올림픽에 다시 단일팀으로 나가자고, 훈련 잘하고 그때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먼저 여송희 선수는 “우리는 남측에 경기하러 두 번씩이나 갔는데 남측 선수들은 평양에 한 번도못왔다 ”며 “그래서 남측 선수들이 평양에 막 오고파 하면서 ‘평양에 꼭 가겠으니 옥류관하고 청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무조건 먹여달라’고 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이어 여 선수가 “그래서 우리가 꼭 해주겠다고 했더니 ‘몇 그릇 해주겠냐’고 했다”며 “‘백 그릇 먹여주겠다’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황충금 선수도 “이별의 날이 점점 가까이 오는데 그전에는 만나면 서로 웃고 막 떠들던 것이 앞으로 얼마 안 있어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남측 선수들을 보는 순간에 저도 모르게 섭섭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특히 “헤어지는 순간은 생생히 기억한다”며 “다시 만나자고 울면서 부둥켜안고 가려고 하는데 서로 손을 굳게 잡으니까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김향미 선수는 “내 생일에 지연이가 노래를 불러줬는데, 그때 그가 정말 내 친동생처럼 여겨졌다”며 “우리 민족이 더 이상 갈라지지 말고 하나가 돼 통일이 되고 우리 서로 만나서 그 노래를 다시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들은 남북의 아이스하키 용어 차이로 힘들었던 점도 털어놨다. 하지만 김 선수는 “어려움을 겪는 것은 몇 주일 정도가 아니고 단 며칠이었다”고 말했다.

황 선수 역시 “차이보다도 통하는 것이 더 많았다”고 보탰다.

이들은 “관람석에서 하나된 모습, 하나된 목소리로 응원하는 우리 응원단, 남녘 동포들을 보면서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경기를 잘해야 겠다는 자각을 더 가졌다”며 “우리민족의하나된 박수와 환호, 그런 체험은 난생 처음이었다”고 회상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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