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없이 추락하는 아베에겐 반전 카드가 없다"

중앙일보

입력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날개도 없이 추락하고 있다.
사학재단인 모리토모(森友)학원의 국유지 특혜 구입의혹과 관련된 재무성의 문서 조작 파문으로 지지율이 30%를 간신히 넘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의회 해선도 써버렸고,북한 카드도 안 먹혀 #자민당내에선 "9월 총재 경선 못나올 수도"

지난 12일 문서 조작 파문에 대해 사과하는 아베 총리 [연합뉴스]

지난 12일 문서 조작 파문에 대해 사과하는 아베 총리 [연합뉴스]

전날 마이니치 신문 조사에서 전달보다 12%포인트 폭락한 33%를 기록한데 이어 아사히 신문이 지난 17~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한달 전 44%에서 13%포인트 하락한 31%로 나타났다. 2012년 12월 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최저치다.

문서 조작과 관련해 아베 총리에게 책임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82%나 됐다.

앞서 니혼TV가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내각 지지율은 한 달 전에 비해 13.7% 하락한 30.3%였다.

문제는 추락하는 아베 총리에게 반전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사학재단 스캔들 등으로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폭락하면서 지난해 7월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결국 아베 총리는 중의원 해산이라는 승부수를 던져야 했다. 다행히 당시 정치적 경쟁자였던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도쿄도지사의 헛발질과 야권 분열을 이용해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완승할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중의원 선거를 다시 치른지 불과 5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중의원 해산 카드를 또다시 빼들기는 불가능하다.

또 고비때마다 아베 총리를 구했던 '북한 카드'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북·미가 대화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북한 위협을 빌미로 한 안보위기론의 약발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마이니치 신문은 ‘힘들때면 언제나 북한 문제를 꺼내 든다는 사실을 이제 국민들이 모두 다 알고 있다’는 공산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아베 총리에겐 지지율 반전의 소재가 없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가 당장은 버틸 수 있을 지는 몰라도 9월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연임에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지방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을 중심으로 “아베 총리를 간판으로 내년 참의원 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런 식이라면 아베 총리가 9월 총재 경선에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공공연히 내놓는 의원들도 있다고 한다.

아베 총리로선 아소 다로(麻生太郞)부총리 겸 재무상의 존재도 부담스럽다.
문서를 조작한 재무성의 최고책임자인 만큼 사표를 받는 게 당연하지만,자민당 2위 파벌의 수장이자 5년 정권을 함께 떠받쳐온 그를 내쳤다간 9월 총재선거가 큰 부담이다.

또 당내엔 “아소가 뭘 잘 못했느냐. 잘못은 모두 아베 총리에게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자민당 정조회장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전 간사장 등 ‘포스트 아베’ 를 노리는 경쟁자들의 발걸음은 아베의 위기를 틈타 더욱 더 빨라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는 19일 이번 문서 조작 파문을 집중적으로 추궁하는 참의원 집중심의에 출석해 “아내는 사학재단의 국유지 매매와 무관하다”,“내가 문서 조작을 지시한 적은 전혀 없다”며 기존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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