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철강관세’ 피할 운명의 1주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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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김현종. [뉴시스]

김현종. [뉴시스]

미국발 무역전쟁을 앞두고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다. 미국은 오는 23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시행한다.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미국은 관세 부과 대상국을 포함한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국으로선 이 명단에서 이름을 지워야 한다.

김현종·FTA협상단 현지서 총력전 #김동연, G20회의서 므누신 만나 #문 대통령도 지난주 트럼프와 통화 #“관세 피하려 지나친 양보해선 안 돼”

‘쉽지 않을 것’이란 초반 예상과 달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개정협상을 마치고 “양측은 집중적인 협의를 통해 이슈별로 실질적인 논의의 진전을 거뒀다”고 밝혔다. “서로의 관심 분야를 설명하고, 다음 협상 진행에 합의했다”고만 밝힌 1·2차 개정협상 때와 결이 달라졌다.

한국은 FTA 개정에서 조금 더 양보하는 대신, 미국의 철강 관세 대상국에서 빠지겠다는 협상 전략을 갖고 있다. FTA 협상에서 진전이 있었다는 건 관세 면제 협의에서도 어느 정도 의견을 모아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배수의 진’을 쳤다. 지난 13일 미국으로 출국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협상단은 오는 23일까지 미국 정부를 상대로 막판 설득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지난 16일 FTA 3차 개정협상을 마친 인력도 현지에서 협상단에 합류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간 공조가 얼마나 굳건한지 대외적으로 보여줘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을 만나 철강 관세 면제를 강력히 요청할 예정이다.

김 본부장은 “FTA와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협상 모두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FTA 개정협상에서 한국이 보다 융통성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FTA와 철강 관세가 서로 분리된 의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결국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한국이 어느 정도 양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지난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는 229억 달러다. 전년(276억 달러)보다 줄었지만, 트럼프는 무역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미국은 FTA 개정협상에서 자동차와 관련 부품의 비관세 무역장벽 해소, 원산지 규정 완화 등을 압박하고 있다.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철강 관세 면제를 끌어내려 FTA에서 과도하게 양보하면 다른 산업이 피해를 본다”며 “일자리나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산업이라면 또 다른 국내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협상을 통한 해결을 모색 중인 한국과 달리 유럽연합(EU)은 지난 16일 10쪽 분량의 방대한 대미 보복관세 품목 리스트를 발표했다. 예고했던 미국산 오토바이·위스키·청바지는 물론, 쌀·오렌지주스·담배·화장품까지 수백 종의 물품이 포함됐다. 미국이 EU산 철강·알루미늄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는다면 EU도 이들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경고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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