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들 대만정착이 늘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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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만이 경제성장으로 일자리와 투자기회가 늘어나고 홍콩의 중공반환을 앞두고 홍콩거주중국인들의 유임으로 대만에는 해외거주 중국인들의 귀환이 부쩍 늘고 있다.
대만출입국관리국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에 재 정착하기 위해 해외에서 이주한 중국인들은 모두 7천8백45명으로 86년의 2천5백71명에 비해 약 3배나 늘었다.
그러나 많은 화교방문객들이 대만입국 후 정식 이주신고를 하지 않고 눌러앉는 경우도 많아 실제 귀환자수는 공식집계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화교들의 대만귀환이 이처럼 증가하는 것은 무엇보다 대만의 성공적인 경제성장이 취업과 자본투자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필리핀·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 등지에서 어렵게 살던 화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대만으로 이주하고 있다.
또한 홍콩·싱가포르나 다른 아시아국에서 돈을 번 화교들의 자본투자를 위한 귀환도 부쩍 눈에 뛴다.
87년에는 1백17명이 1억9천5백만 달러의 자본투자를 신청해 86년의 80명 6천4백80만 달러에 비해 약3배나 늘었다.
이들의 투자대상분야는 전자·화학제품 및 의류제조업 등 이 주류를 이룬다.
대만당국은 돈 있는 투자자나 가난한 취업희망이주자 모두를 환영하는 공식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투자자들이 더 환영을 받는다.
대만정부가 화교투자자들을 일부러 유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유치한 화교투자의 대표적 예는 필리핀 화교소유인 대 북의 아시아월드호텔, 싱가포르 화교소유인 뉴 하이야트 호텔 등이다.
취업을 위해 귀환한 중국인들은 대만정부가 투자 귀환 자들에 비해 자신들을 차별하고 있다고 불평하기도 하나 대만 경제부산 하 산업개발투자센터의「존·니」소장은 대만이 필리핀이나 싱가포르처럼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시민권을 쉽게 허용하는 등 특혜를 주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마닐라에서 온 한 화교는『투자를 위한 돈만 가져오면 대만에서 환영을 받는다』 고 지적한다.
대북 시가 홍콩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홍콩거주 주민 중 10만 가구 즉 약 50만 명이 대만이주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만당국은 다른 국가보다 홍콩거주 중국인들에 대해 정치적 차원에서 다소 다른 대우를 해주고 있다. 대만은 홍콩주민들을 대만 인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전과자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들의 대만이주에 아무런 조건도 달고 있지 않다.
홍콩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대만은 홍콩국적 인들의 대만국적 취득을 허용하는 이중국적상태를 인정하고 있으며 일단 이들이 대만에 입국하면 6개월간 거주한 후 이곳에서 취업하거나 공부할 수 있는 신분증을 신청할 수 있게 한다.
대만은 현재 홍콩의 중공반환이전에 홍콩을 떠나려는 중국인들에 대해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정책을 밝히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국민당의 한 관리는 대만당국이 대만에 투자하려는 홍콩이주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주려는 시도를 구상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대만의 느슨한 국적법도 투자자나 취업희망자들의 대만이주를 돕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1929년 중국본토에서 국민당이 제정한 이 법은 이주희망자들의 출생지나 현재의 국적에 관계없이 부모중 한사람이 중국인인 사람이나 중국남성과 결혼한 여성들은 대만 인이 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증가추세에 있는 대만 귀환 자들 중에는 이전의 거주 국에서 법적인 문제로 대만을 도피처로 선택한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과 외교관계나 범인인도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은 대만은 오랫동안 영국령 홍콩에서 도망친 범법자나 부패공무원들의 피난처로 각광을 받아 왔다.
게다가 대만은 대만시민권을 갖고 있는 중국인들이 타국에서 저지른 범죄에 느슨하게 대처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것 같다.
그 한 예로 경제사범의 경우 홍콩당국은 해외로 줄행랑을 친 2백50명을 추적하고 있는데 이중 반정도가 대만을 도피처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만 내에 몇 명이 잠적해 있는지 정확한 수치는 잡혀 있지 않다.【F·E·E·R=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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