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숙이 말하는 이윤택 “그 사람이 XX 맞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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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숙(왼쪽), 17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출두한 연극연출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신시컴퍼니, 임현동 기자

배우 손숙(왼쪽), 17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출두한 연극연출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신시컴퍼니, 임현동 기자

연극연출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과 많은 작업을 했던 배우 손숙이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손숙은 1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감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 사람이 XX 맞다. 연습하다 배우에게 소리 지르고 난리 치는 모습도 봤지만 좀 지나면 돌아와 다시 연습하곤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학벌 콤플렉스가 있었지만, 예술가로서 능력을 의심하진 않았다”며 “저는 몰랐는데 안마를 시키고 입에 담기 어려운 짓을 했더라”고 말했다.

사건이 있고 난 뒤 연락을 해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손숙은 “전혀요. 하고 싶지도 않다”고 잘라 말한 뒤 “제가 야단친다고 들을 사람이 아니다. 저지른 일에 합당한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손숙은 또 요즘 후배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연극이 얻어먹을 게 뭐 있나, 먼지 구덩이에서 돈이 생기나”라며 “그런데도 연극을 하겠다고 기를 쓰고 온 애들한테 왜 이런 험악한 걸 덧씌우나. 피해자를 돕는다고 해서 후원금을 보탰다”고 전했다.

‘미투’ 운동 이후 문화예술계의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한다. 손숙이 최근 받은 드라마 대본 앞장에 ‘작업 중 해서는 안 될 일’ ‘잘 모르고 저지르는 성희롱‧성추행’ 등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그는 “미투 운동은 가히 혁명이다. 이게 끝나면 더 나은 세상이 온다”며 “당장은 참담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체념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바람직한 사회로 가는 진통일 뿐”이라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극단 단원들에게 성폭력을 휘두른 혐의를 받는 이 전 감독을 18일 다시 소환해 고강도 조사를 벌인다. 전날 15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한 이 전 감독은 이틀 연속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이 전 감독은 전날 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 “피해자분에게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감독은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여성 연극인 16명을 성폭행 또는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고소인이 16명에 달하는 만큼 이틀 연속 이 전 감독을 불러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휘둘렀는지 등을 추가 조사한 뒤 구속 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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