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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은 정상회담 준비 어떻게?…임종석 역할엔 김여정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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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16일 오후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첫 전체회의를 개최하는 등 바삐 움직이고 있지만 평양은 조용하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집무실이 있는 평양 중구역 노동당 본관은 적어도 겉으로는 분주함이 드러나지 않는다. 김정은 위원장은 16일 기준으로 열흘째 두문불출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을 맞아 접견과 만찬을 진행한 지난 6일 이후엔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주민을 대상으로 한 ‘현지지도’와 같은 공개활동 숫자도 3월 들어 ‘0’을 기록했다(16일 기준).

문재인 대통령(左)ㆍ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右). [중앙포토ㆍ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左)ㆍ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右). [중앙포토ㆍ연합뉴스]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철저한 관리 감독하에 제작되는 관영 매체들 역시 남북 및 북ㆍ미 정상회담에 대해 한 줄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침묵일 뿐, 북한도 정상회담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정중동(靜中動) 행보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의 첫 회의가 청와대 여민관에서 16일 오후 열렸다. 준비위원장을 맡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위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훈 국정원장,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임 실장,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연합뉴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의 첫 회의가 청와대 여민관에서 16일 오후 열렸다. 준비위원장을 맡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위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훈 국정원장,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임 실장,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연합뉴스]

북한은 정상회담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우리와 준비하는 방식은 비슷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상회담을 위한 태스크포스(TF)와 같은 특별 조직을 꾸리고, 대남 부문 관계자들을 분야별로 총망라해 준비하는 식이다. 북한 전문가인 정창현 현대사연구소장은 “당 통일전선부(통전부)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와 같은 전통적 대남기구는 물론, 조직지도부·외무성·서기실까지 총동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조직을 꾸리고 총괄할 인물로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유력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을 지난 2월 특사로 파견하는 등 대남 유화 제스처의 ‘얼굴’로 적극 활용했다. 김여정은 문 대통령의 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한 자리에도 김정은의 옆자리에 앉아 존재감을 과시했다. 동국대 김용현 북한학과 교수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상황을 총괄하고 정리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측 정상회담 준비위원회의 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역할을 북한에서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맡아 총지휘하는 셈이다. 이 구조는 다음 달 남북 정상회담을 넘어 5월로 예상되는 북ㆍ미 정상회담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을 배웅하는 김정은 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 여동생 김여정(왼쪽에서 두 번째) 노동당 제1부부장이 정상회담 준비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을 배웅하는 김정은 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 여동생 김여정(왼쪽에서 두 번째) 노동당 제1부부장이 정상회담 준비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포토]

실무진 구성에 대한 힌트는 2월 방한했던 북한 측 인사들 면면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달 평창 겨울 올림픽을 전후해 방한했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전부장과 이선권 조평통 위원장(9~11일, 25~27일 2회 방문), 맹경일 통전부 부부장과 김정은의 ‘집사’라고 불리는 김창선 서기실장이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한 자리에도 배석했었다. 동국대 김 교수는 “북한도 체제 특성상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을 뿐, 정상회담 준비에 분주할 것"이라며 “지난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도 북한의 준비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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