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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아빠' 한민수의 국가대표 은퇴전

중앙일보

입력

10일 오후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아이스하키 한일전에서 한민수(오른쪽)가 골문으로 쇄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아이스하키 한일전에서 한민수(오른쪽)가 골문으로 쇄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는 펑펑 울어보려고요."

장애인아이스하키 17일 낮 12시 동메달결정전 #주장이자 최고참 한민수는 이번 경기 뒤 은퇴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개회식 성화 최종 점화자는 '안경 삼촌' 휠체어컬링 스킵 서순석(47)과 '안경 선배' 여자컬링 스킵 김은정(28)이었다. 하지만 성화봉송의 신스틸러는 따로 있었다. 두 사람에게 성화를 넘긴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한민수(48)였다. 한민수는 등에 성화를 메고 손을 로프를 잡고 벽을 올라 많은 이의 가슴에 울림을 줬다. 한민수는 빙판에서도 큰 감동을 안겼다. 주장인 그는 든든한 수비로 한국이 조 2위로 4강에 오르는 데 기여했다.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회식에서 한민수가 성화를 봉송하고 있다.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회식에서 한민수가 성화를 봉송하고 있다.

한민수는 두 살 때부터 다리가 불편했다. 서른 살 때 무릎 골수염이 심해 아예 다리를 절단했다. 안 그러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했다. 큰 딸이 생후 4개월 됐을 때였다. 그런 그가 2000년 처음 만들어진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한다고 할 때도 아내는 그를 믿어줬다. 그는 "2006년 강원도청 팀이 생기기 전엔 수입도 없어 아내가 참 고생했다"고 했다. 한민수는 두 딸 소연, 소리의 이름을 헬멧에 붙인 채 성화봉송에 나섰다. 그는 "1년에 집에 있는 시간이 정말 짧다. 그래도 나를 반겨주는 아내와 두 딸이 고맙다. 딸들이 성화 봉송을 보고 '멋있다'고 해줘 기뻤다"고 했다.

지난 2월 19일 장애인 하키 선수들을 다룬 '우리는 썰매를 탄다' 시사회장에서 한민수 선수 가족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기념촬영한 모습.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지난 2월 19일 장애인 하키 선수들을 다룬 '우리는 썰매를 탄다' 시사회장에서 한민수 선수 가족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기념촬영한 모습.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그의 별명은 '울보'다. 하키 대표팀을 소재로 한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를 20번 넘게 봤는데 그 때마다 울었다. 한민수는 "동생들이 장애와 힘든 훈련을 이겨낸 과정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여러 차례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을 보였다. 패럴림픽 이후 은퇴할 예정인 그는 "마지막 경기가 끝나면 원없이 울 생각"이라고 웃었다.

2010 밴쿠버 대회(7위)와 2014 소치 대회(6위)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한 대표팀은 평창에서 첫 메달에 도전한다. 15일 준결승에서 캐나다에 진 대표팀은 17일 낮 12시 이탈리아와 동메달결정전에서 맞붙는다. 한민수는 "학교를 가느라 준결승엔 두 딸이 오지 못했다. 휴대폰도 반납해서 생중계 대신 주요장면을 봤다고 하더라. 3·4위에전 올 예정이다. 꼭 동메달을 따내 아내와 딸들에게 걸어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상대전적에서 5승9패 열세인 이탈리아에 대해 "중요한 순간에 많이 이긴 적도 있고, 진 적도 있다. 작년 세계선수권에서 진 빚을 갚아주고 싶다"고 했다.

강릉=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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