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비서실장 전격 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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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물러나는 앤드루 카드 비서실장(가운데)과 28일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신임 비서실장에 내정된 조슈아 볼턴 백악관 예산국장.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8일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의 사의를 수용하고, 후임에 조슈아 볼턴(50) 백악관 예산국장을 임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5년 반 동안 일해온 카드 실장이 사임을 요청해와 지난 주말 사임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카드 실장과 볼턴 후임자는 다음달 14일 업무를 공식 교대한다.

◆ 위기 돌파 카드=부시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전격 교체한 것은 바닥에 떨어진 국정지지도를 만회하기 위한 정국 쇄신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상황이 다급하다. 지지도는 34~37%대로 곤두박질쳤다. 게다가 불법체류자 단속을 대폭 강화한 새 이민법 처리를 놓고 정국이 한바탕 소용돌이치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칫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한 승부수라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차기 정권의 향방을 좌우할 중간선거를 앞두고 비서진 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집권 초기부터 백악관에서 같이 일해온 보좌진이 피로에 찌들어 있었던 탓이다. 그러나 부시의 이번 승부수가 현재의 복잡한 정국을 헤쳐나갈 계기가 될지는 불투명하다.

◆ 볼턴은 골수 공화당 지지자=부시 대통령은 볼턴 국장이 후임 비서실장으로 최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부시는 "조슈아는 창조적인 정책 고안자"라며 "그는 의회와 월스트리트, 예산국 등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은 인물로 이 중요한 자리에 그보다 더 잘 준비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은 2001년 1월부터 2003년 6월까지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일하다 예산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부시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이다.

프린스턴대를 졸업,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거친 볼턴 신임 비서실장은 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는 골수 공화당 지지자로 꼽힌다. 물러나는 카드 실장은 최근 이라크전과 카트리나 대처 등 각종 주요 현안에 대해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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