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큰 지류에 불과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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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 글로비스 사장이 28일 밤 구속수감되기 위해 호송 차량으로 가는 도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최승식 기자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28일 예정에 없던 오전 브리핑을 했다. 그는 긴박하게 진행되는 '김재록씨 로비의혹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오전과 오후 하루에 두 차례 기자들을 만나기로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집자 주)

-현대.기아차 그룹 전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인가.

"그건 아니다. 일단 비자금 조성 내역을 확인하고 그 다음 단계로 비자금의 사용처를 규명한다. 로비 자금원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지 그 자체가 현대차 전체에 대한 수사 확대는 아니다."

-현대차가 중수부의 궁극적 관심이 아닌가.

"범위에 대해 구체적 말씀을 못 드리니깐 이해를 못하시는 것 같은데 범위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핵심이 될 수도 있다."(※김씨가 현대차와 관련해 더 많은 부분에 개입했을 경우에만 현대차에 대한 수사를 확대한다는 뉘앙스임.)

-현대차 총수 일가나 임원까지 수사범위가 확대되지 않나.

"그 부분을 당연히 수사하지만 현대차 전체 부분이나 조성된 모든 비자금을 보려고 하는 게 아니다."(※비자금 조성에 총수나 임원이 관련됐고, 이 비자금이 김씨에게 흘러들어간 경우에만 수사하겠다는 것임.)

-현대차 수사가 지류(支流)라고 했는데.

"큰 지류에 불과하다."(※김씨 수사에서 현대차는 중요한 수사대상일 뿐이라는 뜻으로 수사의 핵심, 즉 본류(本流)는 김씨의 로비의혹이라는 것임.)

-김씨와 관련된 기업 중에 현대차 말고 다른 대기업도 있나.

"대기업 기준이 뭔지 모르지만 현대차에 준하는 대기업은 없다. 재계가 불필요하게 긴장하고 있는 면도 있다."(※현재 수사대상에 현대차에 맞먹는 대기업은 없다는 뜻임.)

-김대중 정부 시절 김씨가 관여한 기업 인수합병도 수사하나.

"관련일 수도 있다."(※김씨는 1997년 말 아서앤더슨 한국지사장을 맡았고 2002년 인베스투스글로벌을 설립함. 이들 회사를 통해 김씨는 외환위기 이후부터 2000년대 초까지 부실기업 정리 과정에 개입함.)

-김씨는 자신이 기업한테서 받은 돈을 컨설팅 대가라고 주장했는데.

"개인적으로 받아 집에 처박아 놓고 하는 건 아니라고 들었다."(※김씨가 비밀리에 돈을 받은 게 아니라 자신의 회사 계좌를 통해 컨설팅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임. 검찰은 정상적 컨설팅 대가인지를 분석 중임.)

-28일 새벽 이주은 글로비스㈜ 사장에 대해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유는.

"수사 흐름에 방해받지 않고 증거 인멸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횡령 사실은 자백하는데 구체적인 사용처에 대해서는 부인한다. 부득이 구속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장의 일부 혐의만 확인됐다고 강조했는데.

"우선 확인된 것만 영장을 청구했다. 글로비스의 자금담당 이사가 최근 중국으로 출국해 지난 일요일(26일) 귀국하기로 했는데 아직 귀국하지 않아 종용 중이다."(※수사 중인 혐의가 더 있다는 의미임.)

김씨의 근황과 관련, 채 기획관은 "김씨가 지난주 토요일부터 단식을 하고 있다"며 "검찰 수사와 '금융계의 윤상림'이란 표현 등 보도에 불만이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편 검찰은 글로비스가 현금과 CD(양도성예금증서) 및 미국달러화 형태로 은닉해 온 수십억원을 압수했다.

문병주 기자<byungjoo@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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