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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北외무상 스웨덴 일정 연장, 비핵화 의지 확인 거칠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스웨덴 외무장관과의 회담을 마치고 외무부 건물을 나오고 있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스웨덴 외무장관과의 회담을 마치고 외무부 건물을 나오고 있다.

 스웨덴을 방문 중인 북한 이용호 외무상이 당초 16일(현지시간) 귀국하려던 일정을 18일로 늦추고, 회담 주제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확대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 외무상 등 북한 고위급 외교관들의 스웨덴 방문이 북미 정상회담의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외무상, 발스트롬 외무장관과 만찬 이은 심야 회담 #"16일 회담에 평화리서치기구 참여해 비핵화 의지 확인" #북한 억류 한국계 미국인 석방 문제도 논의될 전망 #북미회담 사전 정지 작업 평가, 스웨덴 회담 후보지 거론 #

 이 외무상 일행은 15일 오후 6시쯤 스웨덴 알란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게이트로 나오지 않고 바로 계단을 이용해 대기하던 차량에 탑승한 이 외무상 등은 VIP 접견실에서 대기하다 언론과의 접촉 없이 주스웨덴 북한 대사관으로 향했다. 이어 이 외무상 등은 오후 8시 20분쯤 스웨덴 외무부에 도착해 마르코트 발스트롬 외무장관 등과 만찬을 함께 하고 오후 11시쯤까지 회담을 진행했다. 이 외무상 등은 16일에도 회담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 스웨덴 외무장관이 만찬에 이어 심야 회담을 하고 있다. [EXPRESSEN 캡처]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 스웨덴 외무장관이 만찬에 이어 심야 회담을 하고 있다. [EXPRESSEN 캡처]

 스웨덴 현지 SVT 뉴스는 “이 외무상 일행이 당초 일정을 일요일 귀국으로 늦추고, 회담 주제도 다소 변화가 생겼다"고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 외무상과 스웨덴 외무장관 등의 회담에 스톡홀롬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참여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스웨덴 외교부는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상황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었는데, 여기에 북미 회담에 앞서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는 작업이 진행되는 셈이다.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는 이미 “만약 주요 당사자들이 스웨덴이 대화를 촉진하거나 연결하는 등 무엇이든 역할을 하길 원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스웨덴 국제공항에 도착한 이용호 북한 외무상 일행. [AP=연합뉴스]

스웨덴 국제공항에 도착한 이용호 북한 외무상 일행. [AP=연합뉴스]

 스웨덴은 북한에 1973년 이후 대사관을 운영해오고 있으며 미국과 캐나다, 호주 국민의 북한 내 권리를 보호하는 영사 대리 업무를 맡고 있다. 미국 대신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뜻을 사전 확인하는 역할을 충분히 맡을 수 있는 위치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에 억류돼 있는 한국계 미국인 세 명의 석방 문제도 논의될 전망이다. 현지 언론들은 “북미 회담에 앞서 억류 미국인을 풀어주는 것은 북한이 신뢰를 전달할 수 있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스웨덴 외무장관 등과의 회담 이후 빠져나오고 있다. [AFTONBLADET 캡처]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스웨덴 외무장관 등과의 회담 이후 빠져나오고 있다. [AFTONBLADET 캡처]

 당초 스웨덴에서 북미 접촉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미 국무부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은 집권 이후 외국을 방문한 적이 없는 김정은 위원장을 대외적으로 대변하는 이 외무상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대신한 스웨덴과 정상회담 사전 정지작업을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웨덴은 판문점과 중국 등과 함께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는 후보지로 꼽히고 있다.

 스톡홀롬=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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