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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에 지질 끌려 다닐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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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일부터 3일까지 경기도 양평 남한강 종합수련원에서 열린 민정당 의원세미나에서 의원들은 분임 토의 등을 통해 여소야대 구도에 따른 당의 위상과 정국대처·국회대책 등에 대해 신랄한 자아비판과 함께 향후대책을 논의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토의에서 의원들은 재 신임 문제와 관련, 『광주사태해결과 더불어 신임을 묻거나 국회해산을 통해 신임을 묻는 방안도 있지 않으냐』는 의견을 제시하는가 하면 『되지도 않는 5공화국과의 단절을 시도할 필요가 없다』『광주사태는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야당에 질질 끌려 다닐 이유가 없다』『특정정당과 보수연합을 생각해야 한다』등 기탄 없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음은 각 분임 토의 내용과 종합토론에서의 의원 발언 요약.
▲1분과(위원장 이태섭·발표자 한승수)=특위에선 떳떳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얘기하자. 특위 명칭은 구체적인 사건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5공 비리」는「정치비리」로 하는 게 옳다. 수세에서 공세로 나가야 한다. 광주사태는 집중적으로 조사하자. 유·부리를 떠나 철저히 파헤치자. 구속 자 석방에 대한 특별입법은 법질서를 깨는 행위며 3권 분립에도 위배되므로 정면 반대해야 한다.
▲2분과(위원장 김종호·발표자 강재섭)=우리 당은 역사적인 6·29선언으로 집권한 명분 있는 제1당이다. 과반수미달에 너무나 위축되고 자신감을 상실한 것 같다. 자신감을 갖자. 국회운영도 정정당당히 맞서는 등 기본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중간평가는 6·29선언과 공약에 대한 평가를 받겠다는 것 아니었나. 그게 어떻게 국민투표로 둔갑했나.
▲3분과(위원장 오한구·발표자 김인영)=당원이 8백만 명이라고 하나 두 차례의 선거 때 제대로 기여한 게 없다. 당 조직을 정예화하고 축소하자.
당이 행정부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 당정협조체제를 재정비하자. 국회에선 정공법으로 밀고 나가자. 입법활동 등에 헤게모니를 쥐는 당이 돼야 한다. 끌려 다니는 의원이 될게 아니라 야생마처럼 팔팔 뛰는 의원이 되자. 민 의를 수렴하는 당과 의원이 되기 위해선 공부·연구해서 이론정립에 손색없는 정치인이 돼야 한다. 당직자들의 눈치나 볼게 아니라 당에 대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말하는 의원이 돼야 한다.
▲4분과(위원장 이도선·발표자 이상하)=양대 선거를 겪고 난 민정당은 새로운 위상을 시급히 정리해야 한다. 여당프리미엄인 공무원 등의 지지를 상실, 여권이 와해위기에 놓여 있다.
60%이상을 점령하고 있는 청년층과 서민들의 마음을 잃었다. 집권당으로 살아남으려면 자생력 있는 정당으로 새롭게 대어 나야 한다.
▲5분과(위원장 정종택. 발표자 황윤기)=대야전략을 빨리 수립해야 하는데 가칭「범 여 기구」같은 것을 구성하는 게 어떤가. 특정정당과 보수 연합하는 방법도 있다. 모든 의원이 지연·학연을 통해 대야 순화작업에 나설 수도 있다.
중간평가는 중요정책을 묻거나 광주사태·국회해산 등으로 신임을 묻는 방법도 있다. 6공화국이 5공화국과 단절하려는 인상을 많이 풍기는데 단절할래 야 단절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단절의 인상을 지울 수 있도록 해 달라.
▲6분과(위원장 김현욱·발표자 이상회)=민정당 조직은 공룡과 비슷해 거대하지만 상황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밖에서 보면 민정당은 항시 말기현상을 보이고 있고 하의상달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 .일부학생들의 민중혁명주장에 많은 학생들이 저항하려 하나 민정당은 이를 뒷받침 해주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야당은 붕당 성이 농후한 정당이다. 뭘 그렇게 무서워하나. 단 야당은 유대의식과 응집력이 강한 반면 우리 당은 그렇지 못하다.
「광주」나「비리」에 대해 강력한 논리를 전개하지 못하나. 한 정권의 업적엔 분명히 손익계산서를 내야 한다. 수용할 것은 수용하되 거부할 것은 거부해야 한다. (분임 토의 결과 발표 후 전체토의)
▲이치호 의원=5공화국비리는 철저히 조사해야 하지만 야당이 이를 이용, 6공화국의 기초를 파괴하려는 음모에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강우혁 의원=5년 후의 대통령선거가 지금부터 시작된 느낌이다. 선거를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각종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정호용 의원=윤 대표를 총재이상으로 받들어 모시자.
오늘의 토론내용을 공통분모로 삼아 남에게 물을 것 없이 각자가 대처해 나가자. 소총수가『총을 쏠까요 말까요』라고 물으면 어떡하나. 각 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자부심으로 각자가 지휘계통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자.
▲김현욱 의원=5공화국 비리라는 말을 자꾸 쓰니까 기정사실화 되는 것 아니냐. 권력형 비리라는 말로 바꾸자.
▲김윤환 총무 답변=우리가 과반수 확보에 실패한 상황에서 정치력을 제대로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도 1대3의 여야관계는 불변이다. 발상의 대전환으로 영수회담에서 대통령이 천명한 3대 개혁을 밀고 나가자. <김 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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