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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DB 6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일 오후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원주 DB와 서울 SK 나이츠의 경기에서 DB 두경민이 골밑슛을 하고 있다. 2018.3.11/뉴스1

11일 오후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원주 DB와 서울 SK 나이츠의 경기에서 DB 두경민이 골밑슛을 하고 있다. 2018.3.11/뉴스1

경기는 졌지만 원주종합체육관에 모인 프로농구 원주 DB팬들은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리고 경기장 천장에 달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2위 전주 KCC와 서울 삼성의 경기 결과에 따라 DB의 우승이 가려지기 때문이었다. 삼성의 슛이 터질 때마다 환호성이 터졌다. 결국 KCC가 83-88로 패하자 경기장에 축포가 터졌다.

DB가 6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DB는 11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7~18시즌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69-79(15-21 18-21 15-22 21-15)로 패했다. 하지만 DB는 이날 전주에서 2위 KCC가 삼성에 덜미를 잡히며 DB의 우승이 확정됐다. DB는 37승 16패를 기록, 2위 KCC(35승 18패)의 승차를 2경기로 유지하며 13일 시즌 최종전 결과와 관계없이 1위에 올랐다. DB가 정규리그 1위에 오른 건 2011~12시즌 이후 6년 만으로 통산 5번째(전신 포함)다.

DB의 고공행진은 예상치 못한 결과다. DB는 이번 시즌 유력한 최하위 후보였다. 5위였던 지난 시즌보다 전력이 더 떨어졌다. 주전 가드 허웅(25)이 군(국군체육부대)에 입대했고, 은퇴를 앞둔 김주성(39·센터)은 전성기 때처럼 뛰지 못한다. 지난 시즌 직후 부임한 이상범(48) 감독조차 시즌 전 "1~2년 밑바닥 찍을 각오를 했다"고 했다. 엄살이 아니었다. 두경민(27·가드)과 김주성을 빼면 지난 시즌 경기당 10분 이상 뛴 선수가 없었다. 선수층까지 얇아 엔트리 16명을 채우기도 벅찼다. 시즌 초반 5연승을 달린 뒤 줄곧 상위권을 유지할 때도 반짝 '돌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DB는 승리를 거듭할 수록 더 강해졌다. 3라운드 중반 3위까지 떨어졌지만 2018년 첫 경기(1월 1일 KCC전)에서 승리한 이후 13연승을 내달리며 1위를 탈환했다. KCC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끝내 1위를 지켜냈다. 외국인 선수 디온테 버튼이 외곽을 지배했고, 로드 벤슨이 골밑을 탄탄히 지켰다. 지난 시즌에 비해 기량이 일취월장한 두경민이 국내 선수 에이스로 우뚝 섰다.

6년 전 DB 우승의 주역 김주성, 윤호영은 조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김주성은 주로 4쿼터에 해결사로 등장했다. DB는 이번 시즌 4쿼터 역전 드라마를 여러 차례 썼다. 만년 후보에서 주전급으로 올라선 김태홍·서민수 등도 힘을 보탰다.

11일 오후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원주 DB와 서울 SK 나이츠의 경기에서 DB 김주성이 드리볼을 하고 있다. 2018.3.11/뉴스1

11일 오후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원주 DB와 서울 SK 나이츠의 경기에서 DB 김주성이 드리볼을 하고 있다. 2018.3.11/뉴스1

이상범 감독은 2009~14년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 시절, 하위권 팀을 우승(2012~13시즌)으로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리빌딩 전문가'라 불리는 그에게도 DB는 벅찬 도전이었다. 이 감독은 2014년 2월 KGC 감독에서 물러난 뒤 3년간 일본을 돌며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지도했는데, 이 경험은 큰 도움이 됐다. 만년 백업 선수들은 두려움을 잊고 자신감있게 코트를 휘저었다. 이 감독은 한 시즌 만에 리빌딩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완벽히 잡았다.

원주=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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