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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준비 없이 북·미 정상회담 수용해 우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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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격적인 북ㆍ미 정상회담 수용에 대한 현지 주요 언론들의 평가는 싸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적으로 준비 없이 북ㆍ미 정상회담을 받아들였다는 비판이다. 또 별다른 대가 없이 북한이 원했던 정상회담을 수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주요 언론들 싸늘한 평가…"도박과 같다" #WP “김정은에 상을 줬다”, WSJ “北 전략 불변” #NYT “대북제재 치중해 회담 준비 안됐다” #트럼프 “전임자가 30년 간 못한 일" 자화자찬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받아들이기로 갑자기 결정한 것은 (북ㆍ미 협상) 실패 확률을 더욱 키웠다”고 지적했다. 또 “비핵화 검증수단 등 백악관이 필요조건으로 언급했던 것이 전혀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독재자(김정은)에게 상을 준 셈”이라며 “북한이 비핵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믿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사설을 통해 “놀라운 비핵화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미국과 세계 질서의 전략적 패배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핵보유국 인정을 받고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시킨다는 북한의 목표가 변경됐다는 어떤 근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 상황을 계기로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북한이 핵ㆍ미사일 개발을 진전시키는 것이 진짜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WSJ는 “김정은이 과거 방식으로 행동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에서) 빠져나올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역사를 바꿀 수 있는 45분’이라는 기사와 ‘도널드 트럼프와 북한: 엉망진창’이라는 사설을 신문에 실었다. 여기엔 한국의 대북 특사단과의 면담에서 급작스럽게 북ㆍ미 정상회담을 결정한 트럼프의 판단에 대한 비판이 담겼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초청을 갑작스레 수용하고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김정은과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드라마틱한 두 지도자 간 회담이 대박을 칠 가능성도 있지만 실패할 수도 있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에겐 도박과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 8일 북한 건군절 70주년 열병식 연설을 하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뒤에는 고개를 내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조선중앙TV]

지난 2월 8일 북한 건군절 70주년 열병식 연설을 하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뒤에는 고개를 내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조선중앙TV]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펜실베이니아 공화당 후보 선거지원 유세에서 북ㆍ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자화자찬으로 일관했다. 그는 “북한을 막 방문하고 미국을 찾은 (한국의) 대북 특사단이 많은 언론 앞에서 김정은이 나를 만나고 싶어한다고 발표했다”며 “전임 대통령들은 (정상회담을) 하려 하지 않았다. 한다고 했어도 모두 허사였다”며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수십억 달러를 퍼주기도 했다. (북한과) 타결을 보고 난 후 북한은 다음날 다시 더 많은 핵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지난 정부들을 비판하면서, “지난 30년간 (북한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하니까 괜찮다”고 자신했다.

이와 관련 CNN은 10일 “트럼프 대통령의 북ㆍ미 정상회담 수용 결정은 한국의 외교적 묘책 때문”이라며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조성된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결국 북ㆍ미 회담으로 연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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