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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환영 속 경계감… "중국 이익 무시당하지 않게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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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진핑 트럼프 [중앙포토]

김정은 시진핑 트럼프 [중앙포토]

전격적인 김정은-트럼프 정상회담 발표 중국은 환영과 경계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중국이 줄곧 주장해온 북미 대화가 실현된다는 점에서 공식적으로 환영했지만, 미국이 북한을 중국 견제용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경계감도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북미 직접 대화 환영…중·미도 채널로 소통" #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자국 희생될까 우려도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미국과 북한 양측이 직접 대화한다는 적극적인 소식에 환영을 표한다”며 “한반도 핵 문제가 해결의 정확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겅 대변인은 “우리는 관련 각국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충분히 긍정하며 지지한다”며 전날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전인대 기자회견 내용을 반복했다.

그는 “왕이 부장이 지적한 바와 같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각국이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힘을 합쳐 함께 한반도 정세가 새롭게 평화적인 궤도로 돌아가고, 한반도 핵 문제가 다시 대화 해결의 궤도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라며 “평화는 반드시 쟁취해야 하고, 기회는 잡아야 한다고 왕이 부장이 특별히 지적했다”고 말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

 겅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각국이 정치적 용기를 내고 정치적 결단을 내릴 것을 희망한다”며 “빨리 필요하고 유익한 모든 다방면의 접촉을 전개해야 하며 중국은 이를 위해 계속 쉬지 않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중국에 파견할 특사단과 중국이 북미 대화의 장소를 제공할지 여부 등 관련 질문도 이어졌으나 겅솽 대변인은 “추가 소식이 있으며 적시에 발표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북미 대화를 둘러싼 미·중 간 소통 여부를 묻는 말에 겅 대변인은 “중국과 미국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관련 문제를 소통하고 있다”며 관련 논의가 있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북·미 3국 간에 활발한 움직임에 비해 중국이 북핵 해결의 아웃사이더로 소외되고 있는 모습도 드러냈다. “중국은 남·북·미 3국 중에 어느 나라가 중국의 입장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겅 대변인은 “중국은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궁색한 답변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북미회담 중국을 희생하는 카드 될 것”

한편 중국 정치 전문가인 정융녠(鄭永年) 싱가포르대 교수는 9일 인터넷 사이트 후슈왕(虎嗅網) 기고문을 통해 북한이 중국을 견제하는 카드가 될 것을 우려하면서 중국이 북핵을 방관해 온 기존 입장을 버리고 적극 개입할 것을 촉구했다.

정융녠 교수는 우선 “트럼프-김정은 회담은 냉전 종식 후 가장 놀라운 지정학적 정치 사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을 미국의 속국으로 만들지는 않겠지만, 북한은 미국이 중국을 다루는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가진 미국과 담판 카드 중 하나는 중국을 희생시키는 것이며, 중국을 희생하는 것은 현재 미국의 최우선 고려사항”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의) 모든 것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모두 부차적”이라며 “북한은 미국의 첨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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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는 “만일 중국이 대북 정책을 심각하게 검토하지 않고 자신의 책임을 다른 나라에 미룬다면 최종적으로는 자신이 손해를 입을 것”이라며 북핵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북미 대화를 환영하지만 중국의 이익 수호가 중요하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환구시보는 이날 오후 인터넷에 올린 사설을 통해 “대국으로서 중국은 소위 북한의 ‘미국 의탁’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며 “중국 주변의 어떤 한 나라가 완전히 ‘미국 의탁’은 불가능하다”며 정융녠 교수와 다른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중국은 정세의 급격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고 정세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공고히 지지해야한다”며 북한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주장했다. 끝으로 “북미의 핵문제의 대화 해결을 환영하며,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을 보호할 강한 힘을 가진 지지자로 중국은 일관되게 행동하여, 우리 자신의 이익이 무시당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네티즌들도 북미 회담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북한이 중국의 위협이 될 것을 우려했다. 주중 미국대사관이 9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북미 정상회담 발표문에 수백 건의 댓글을 올리며 “한국과 북한·미국이 동시에 군사훈련을 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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