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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러브샷 환영회’ 사라지고 교수는 방문 열어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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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학기만 해도 남녀가 러브샷을 하면 ‘사귀어라. 결혼해’를 외쳤지만 지금은 남녀 러브샷도 피해요.”(경희대 정다훈씨)

미투 물결에 확 달라진 대학가 #페미니즘 강의 수강생도 늘어

미투 운동의 물결 속에 개강한 대학가 풍경이 예년과 확 달라졌다. 어느 해보다 차분해지고 선배나 후배나 공연히 구설에 오르지 않으려 조심하는 분위기다. 송새봄 연세대 총여학생회 회장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이나 술자리에서 풍선 안아 터뜨리기 게임, 러브샷 등의 자제를 권고했다”고 전했다. 덕성여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과거에는 권주사로 ‘나이스바디, 나이스바디OOO’을 외쳤는데 앞으로는 하지 말라고 신입생 OT 때 교육했다”고 전했다. 한국외대생 이모(20)씨는 “요즘은 어딜 가나 미투 얘기뿐이다. 남녀 간의 토론도 활발하다”고 말했다.

남성 교수들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교수 성희롱 사건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행동을 검열하고 주의한다. 서울 동대문구 소재 대학 A교수는 “학생뿐 아니라 학교 측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학생과의 상담은 문을 열어놓고 하거나 여자 조교가 같이 있는 상태에서 한다. 이번 학기엔 이런 부분에 더욱 신경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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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페미니즘 동아리나 학회를 찾는 남성들의 발길도 부쩍 늘었다. 서강대 페미니즘학회 소속 배모(30)씨는 “남성들이 미투에 대해 개입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스스로를 성찰하는 게 먼저다”고 말했다. 관련 도서 대출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서강대 중앙도서관에 따르면 여성과 페미니즘 관련 도서 대출 건은 지난해 1학기 1448건에서 2학기엔 4731건으로 나타났다.

한국외대에서 10년째 ‘여성과 사회’ 수업을 가르치는 박혜숙 교수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수강 인원에 변동이 없다가 이번 학기는 지난해보다 두 배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페미니즘의 이해’ 수업을 맡은 배유경 교수는 “학생들의 열정이 뜨거워 첫 수업부터 토론이 치열했다”고 전했다. 건국대 윤김지영 교수는 “남학생들도 ‘성차별 문화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연루됐고 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느낀다고 한다”고 말했다.

여성국·정진호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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