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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뀔 때마다 교과서도 바뀌어" 교과서 집필 교수의 비판

중앙일보

입력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 [프리랜서 김성태]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 [프리랜서 김성태]

현재 초등학교 6학년들이 사용하는 사회 교과서의 연구·집필 책임자인 박용조(57) 진주교대 교수가 교육부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 8일 조선일보는 박 교수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박 교수는 지난해 9월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고쳐야 하지 않겠느냐"는 교육부 교과서 담당자의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지난 정권에서는 '대한민국 수립'으로 고치라고 하더니 정권이 바뀌니까 이번엔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고치라고 한다"며 "어느 쪽이 옳은지를 떠나 아이들 교육과 상관없이 교과서에 또 정치색을 입히려는 것 같아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 일이 있은 후로부터 6개월 뒤, 박 교수는 본인이 책임지고 개발한 교과서가 자기도 모르게 213건 수정됐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박 교수는 "내가 말을 안 들으니까 나를 지나치고 자기 말을 잘 듣는 교수랑 수정 작업을 한 것"이라며 "외부의 정치적 요구를 막아줘야 할 교육부가 앞장서서 정치적 행동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집필자들이 자율적으로 자체 수정한 것으로 우리는 내용을 전혀 모른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가 교과서 수정 사항을 정리해 공개하는 '국정도서 수정·보완 대조표'에도 전체 213건 가운데 167건의 '정정 요구자'가 '편찬 기관'(진주교대 국정도서편찬위원회), 나머지 46건은 '발행사'(출판사)로 명시돼 있다. 교육부가 요구한 것은 한 건도 없다는 의미다.

교육부의 입장에 대해 박 교수는 "연구·집필 책임자인 내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편찬 기관'이 고쳤다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교육부는 '정정 요구자'를 '편찬 기관'이 아닌 '교육부'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만약 교육부가 수정하지 않으면 소송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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