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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전후 남북 교류 물꼬 트이나…개성공단·이산가족은?

중앙일보

입력

대한적십자사 화상상봉실에 작년 통일박람회에 방문한 시민들이 쓴 이산가족 상봉기원 희망메세지가 붙여져 있다. 김경록 기자

대한적십자사 화상상봉실에 작년 통일박람회에 방문한 시민들이 쓴 이산가족 상봉기원 희망메세지가 붙여져 있다. 김경록 기자

남북이 다음달 말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하면서 남북 교류에도 본격 해빙기가 찾아올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합의한 뒤 지난 6일 내놓은 언론발표문은 마지막 6항에서 문화ㆍ체육 교류를 언급했다. “북측은 평창 겨울올림픽을 위해 조성된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남측 태권도 시범단과 예술단의 평양 방문을 초청하였음”이란 내용이다. 평창 겨울올림픽 때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이 서울ㆍ강릉에서 공연을 했고, 북한의 태권도 시범단도 방한했던 것에 대한 답방 개념이다.

이와 관련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 외교통일안보 자문회의에서 “겨레말큰사전 등 민족 동질성 회복사업과 보건ㆍ의료ㆍ산림ㆍ종교ㆍ체육 등 분야에서 남북 교류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9~11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일행의 방한때도 문화ㆍ체육 분야 교류가 논의됐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오찬에 참석한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에게 “평양에서 발레 공연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도 지난달 11일 삼지연 관현악단 서울 공연 관람 당시 옆자리에 앉았던 북한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에게 경평 축구 부활을 제의했다. 경평 축구는 일제 강점기였던 1929년 시작해 광복 이듬해인 1946년까지 경성(서울)과 평양의 친선 축구단이 오가며 벌였던 경기다.

지난해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가 이산가족들을 위로차 초청한 행사에서 한 참석자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해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가 이산가족들을 위로차 초청한 행사에서 한 참석자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문화 교류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한 건 이산가족 상봉 문제다. 상봉을 신청한 13만 여명 중 생존자는 6만 여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은 2016년 4월 중국 닝보(寧波)의 북한 식당에서 일하다 입국한 12명의 여성 종업원이 강제 납치됐다며 이들의 송환을 이산가족 상봉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제기했으나 당시에도 북한은 같은 입장을 내놓으면서 교착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북 특사단에서도 관련 내용은 발표문에 빠져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이산가족 문제는 북한이 국가정보원이 개입됐다고 주장하는 만큼 국정원장이 포함된 이번 특사단 방북에선 논의하지 않고 이후 당국회담으로 연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특사단과 만났을 때 보인 과감한 기조를 이어간다면 여종업원 문제도 덮고 대승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민간의 대북 접촉 신청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후 지난달 말 기준으로 통일부가 대북 접촉을 승인한 사례는 257건이다. 이 중 북한이 교류를 허용한 사례는 없지만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남측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모습. [중앙포토]

남측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모습. [중앙포토]

방북 신청을 한 단체 중 가장 주목되는 건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다. 이들은 가동 중단 2년을 넘긴 지난달 26일 통일부에 시설 점검 등을 위해 방북하겠다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조명균 장관도 지난해 7월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을 만나 “장관이 된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개성공단”이라며 깊은 관심을 표했다. 조 장관은 2004~2006년 개성공단 사업지원단 단장을 맡으며 산파 역할을 했다. 그러나 개성공단 재개와 같은 경제협력은 대북 제재 국면에서 정부가 국제사회와 조율없이 단독으로 추진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임을출 교수는 “개성공단과 같은 경협은 마지막 단계의 남북 교류”라며 “현 단계에서 논하는 것은 이르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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