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공기관 시간외 수당만 줄여도 최대 2만5800개 일자리 생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공기업과 공단과 같은 공공기관이 시간 외 수당만 줄여도 최대 2만5800명을 신규 채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직원들이 연차휴가를 소진하면 신규채용 규모를 8000명 가량 더 늘릴 수 있다.

초과근로 수당 2016년 1조원 달해 #연차보상금도 한해 3100억원 넘어 #연차휴가 다 쓰면 8000명 더 채용

일자리위원회가 한국노동경제학회에 의뢰해 공공기관의 인건비 등을 전수 조사해 산출한 결과다. 345개 기관을 대상으로 시간 외 근무실태, 연차휴가 현황, 통상임금 소송 현황, 임금구조 등을 모두 조사했다. 시간 외 근로에는 휴일근무와 연장근무, 야간근로가 포함된다.

이를 바탕으로 작성된 ‘공공기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원 및 인건비 개선방안’에 따르면 공공기관 근로자의 초과근로시간은 매년 줄고 있다. 2014년 171시간이던 것이 2016년에는 154시간으로 10% 가량 감소했다. 그러나 시간외 수당은 3% 감소하는 데 그쳤다. 2014년 근로자 한 명 당 260만원이던 시간 외 근로수당은 2016년 253만원으로 소폭 줄었다. 이렇게 나간 전체 공공기관의 초과근로수당 총액은 2016년 기준으로 9972억4000만원에 달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초과근무가 줄어드는데도 수당이 같은 속도로 줄지 않는 것은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시간외 수당이 덩달아 올랐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통상임금 소송에 휘말린 79개 기관이 소송에 패해 근로자에게 추가로 지급한 시간외 근무수당은 원금과 지연이자를 합해 6092억650만원에 달했다.

관련기사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정규직 직원의 연차휴가 사용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일가정 양립 정책을 공공기관에 우선 적용한데 따른 현상으로 해석된다. 2014년 1인당 미사용 연차일수는 평균 8일이었다. 이게 2015년 7일로 줄더니 2016년에는 6일로 매년 하루씩 미사용 연차일수가 감소했다. 이에 따른 연차보상금(미사용 연차일수를 현금으로 보상)도 2014년 정규직 1인당 119만원이던 것이 2016년에는 73만원으로 38.7%나 줄었다. 공공기관이 2016년 근로자에게 지급한 연차보상금 총액은 3107억7100만원에 달했다.

공공부문 근로자에게 지급된 시간외 수당과 연차보상금을 합한 금액만 1조380억1100만원이다. 이 돈을 신규 채용에 사용하면 신입사원 초임을 감안했을 때 최대 3만3741명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인력채용에 따른 부대비용(교육비 등)을 임금의 16.5%로 책정한 기준을 적용했을 때다.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초과 근로 시간만큼 보상휴가를 주는 방식으로 시간외 수당만 억제해도 신입사원 초임을 기준으로 최대 2만5818명을 더 채용할 수 있다. 각 기관 평균 97명이다. 현재 보상휴가제를 사용하는 기관은 345개 기관 가운데 46%인 159개 뿐이다. 시간 외 근로를 줄이는 것과 동시에 연차휴가 소진 촉진제도를 활용해 연차보상금까지 없앤다면 추가로 채용할 수 있는 신입사원은 3만3741명으로 7923명 늘어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장시간 근로 관행을 없애면서 신규 채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임금구조를 성과와 직무에 따른 지급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라며 “특히 인력이 늘어나더라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직무를 효율적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근로자 1인당 시간 외 근로 수당이 가장 많은 기관은 부산항보안공사로 1391만원이 지급(2016년 기준)됐다. 이어 코레일관광개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산업연구원 순이었다.

연차보상금이 가장 많이 지급된 곳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로 1인당 392만원을 지급했다. 이어 한국원자력문화재단, 한국조폐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사학진흥재단이 뒤를 이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