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안희정 충남지사의 충격적인 성폭행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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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안희정 충남지사의 여성 수행비서 성폭행 의혹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안 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충남도 정무비서는 어제 JTBC방송에 직접 출연해 지난해 6월 말부터 8개월 동안 4차례의 성폭행과 함께 수시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인 ‘미투(#MeToo)’가 한창 벌어지고 있던 지난 2월에도 안 지사의 성폭행과 이를 걱정해 무마 시도를 했다고 김 비서는 증언했다.

안 지사 측은 “부적절한 관계는 있었지만 강압은 없었고 합의에 의한 관계”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도지사를 24시간 밀착 수행하며 그의 말 한마디를 지상명령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수행비서의 업무 특성과 역할을 감안할 때, 안 지사와 김 비서 간의 ‘부적절한 관계’는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력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김 비서는 방송을 본 국민에게 “(성관계를) 최대한 거절했지만 (자신의 위치상 거부하기) 어려웠다”며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안 지사는 2010년 충남도지사에 당선됐고 2014년 재선에 성공한 유력 정치인이다. 그 이전인 2002년엔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정무팀장을 지내며 노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패하긴 했지만 폭넓은 지지를 받고 2위를 차지하며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대권 후보군에 속해 있는 안 지사까지 미투의 고발 대상이 된 현실에 할 말을 잃을 뿐이다.

게다가 안 지사는 김 비서의 폭로가 있기 직전 도청 행사에서 “미투 운동은 인권 실현의 마지막 과제로 우리 사회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김 비서는 “안 지사는 왕 같은 존재였다”며 “자신 이외의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폭로도 했다. 안 지사는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법적 공방 뒤에 숨어버리는 비겁한 행위는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