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의 장기집권 시비|한천수<사회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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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초·중고 교장 임기제 논란에 교육계가 시끄럽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민정당의 수많은 선거공약 중 하나였던 이 제도를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키로 하고 「여론 수렴」에 나서면서 빚어진 일이다.
논란의 초점은 교장임 기제 시행여부에서부터 시행방법·적용대상·임기·임기 후 신분문제에 이르기까지 백가쟁명 식으로 다양하다.
제도시행을 찬성하는 측의 의견은 일선교육행정의 책임을 맡은 교장이 한번자리에 앉으면 10∼20년이 넘게 「종신집권」함으로써 교단이 관료화·경직화되고 승진 적체가 심화돼 평교사의 사기가 저하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교장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눈치보고」 「줄을 찾고」「돈을 쓰는」등 비교육적인 작태가 벌어져 일부 자질이 낮은 교장이 교사들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에선 현행의 교장 자격제를 「보직제」로 하여 교단에서 추앙 받는 교사가 평점이나 경력에 큰 구애를 받지 않고 교장이 되어야 한다는 개혁적인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교장을 중심으로 한 반대측 주장은『초·중등학교 교장이라는 자리가 책임과 관련해 임기제를 시행해야할 만큼 당위성을 갖느냐』는 근본적인 의문과 함께 실시될 경우의 현실적인 문제에 주로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는 특히 현직 교장에 대한임기제 적용 여부와 임기후의 신분에 대한 「당사자」로서의 문제도 들어 있다.
현직 교장에게 10년 단임제를 소급 적용할 경우 국교 현직교장의 66%가 한꺼번에 물러나게 돼 혼란이 예상된다는 반론도 있다.
또 평교사들은 임기가 끝난 교장은 당연히 평교사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나 반대측은 장기간 공백후 교과지도를 다시 시작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으며 전문직 등으로 전직할 기회가 마련되지 않으면 사실상 정년을 단축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교장 임기제에 관한 이 같은 논란은 어느 측도 일리가 있고, 그 견해차가 쉽게 좁혀질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선거공약에 발목이 잡힌 정부가 과연 어떤 묘방을 찾아낼지 궁금하다. 이런 문제는 공약으로 내세우기 전에 더 신중한 검토가 있었어야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천수<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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