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아메리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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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에선 지금 '일자리 창출'이 화두(話頭)다.

지난 6월 실업률이 최근 2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인 6.4%를 기록한 데 이어 7월에도 6.2%를 기록하자 미국 최대 노조인 노동총연맹 산업별회의(AFL-CIO) 존 스위니 의장은 3일(현지 시간)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니 의장은 더 많은 일자리를 미국 내에 유지하기 위해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보다는 미국 내에서 일자리를 유지하는 기업들을 보상하는 방향으로 세금과 투자정책을 고치는 것 등을 목표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일 부시 대통령도 노동절 연설에서 미국의 실업 문제를 역설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미국 내 제조업체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생산성 문제도 있지만 외국의 불공정 무역 때문"이라며 "미국 정부는 국민이 피해를 당했을 때 움직여야 할 책임이 있다"고 최악의 실업난을 남의 탓으로 돌렸다.

노조로서는 지금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관심을 최대한 모을 수 있는 시점이다.

경제 실정(失政)으로 재선에 실패한 아버지 부시를 옆에서 지켜봤던 현 부시 대통령으로서도 실업해소와 경제성장은 정치적 생명이 걸린 일이다.

미국은 조지 부시 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2백50만명의 제조.서비스업 노동자를 포함, 3백20만명의 민간기업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스위니 의장은 "최근 많은 미국 기업들이 컴퓨터.금융.의료 등의 화이트칼러 직종 분야 일자리 수백만개를 인도.중국 등 임금이 싼 외국에 아웃소싱하면서 실업 위기가 더 심화하고 있다"며 미국 내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촉구했다.

스위니 의장은 이날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현재 노조에 속하지 않은 근로자들을 위한 새로운 전국 노동조직을 결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세(勢)를 불려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워킹 아메리카(Working America)'로 명명된 새 전국조직은 기존 노조조직에 의해 조직되지 않고 있는 다양한 산업부문의 노동자들을 묶어주고 일자리.의료보호.교육 등의 사안에 대해 자각을 촉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하지만 협상권을 갖지는 않는다.

스위니 의장은 "우리가 미국에서 기업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것은 기업이 다수의 삶을 향상시키도록 돕게 하려는 것이지 제 배를 채우거나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도록 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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