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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대출 1년 만에 최대 폭 감소…규제 여파에 지방 미분양 확산

중앙일보

입력

잇따라 나온 정부 규제에다 지방 미분양이 늘면서 중도금 등 집단대출 잔액이 1년 만에 가장 큰 폭을 쪼그라들었다.

5개 은행 잔액 지난달 2100억원 감소 #올해 들어 증가폭 마이너스로 전환 # "올해 분양시장 강세 기대 어려워"

4일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5개 주요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집단대출(개인) 잔액은 116조9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과 비교하면 2100억원 줄어든 것이다. 감소 폭을 따지면 지난해 2월 5700억원 감소한 뒤 1년 만에 최대 폭이다.

집단대출은 일정 자격을 갖춘 특정 집단 차주에게 일괄적으로 승인해 취급하는 대출을 말한다. 주로 분양아파트와 재건축아파트 입주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중도금, 이주비, 잔금 대출이 해당한다.

중도금

중도금

월별 집단대출 잔액은 지난해 10월 한 달간 1조3800억원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11월, 12월에도 각각 9900억원, 9500억원씩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1월엔 900억원 줄었고, 지난달에도 1년 만에 최대 폭으로 위축된 것이다. 우선 정부 규제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의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땐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상한이 40%로 묶였다.

소재와 상관없이 이미 주택담보대출이 있다면 LTV·DTI 규제는 10%씩 강화한다. 전과 같은 숫자의 세대를 분양해도 집단대출 총액은 줄어든다.

여기에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조치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이주비(재건축·재개발 기간 조합원 이주 자금 대출) 대출도 늘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잇단 정부 규제 영향에다 겨울철 비수기인 분양시장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며 "게다가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요인인데, 올해 분양시장은 서울을 제외하고 지난해 만큼의 강세가 이어지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로 쓰이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넉 달 연속 상승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3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 [연합뉴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로 쓰이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넉 달 연속 상승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3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 [연합뉴스]

한편 주택담보대출은 오히려 늘었다. 5개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80조3000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5500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매달 2조원 넘게 증가했지만 지난 1월엔 증가 폭이 9600억원으로 증가 폭이 줄었다가 지난달 다시 커졌다.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여전히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월간 KB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매매 가격은 전달보다 0.22% 상승했다. 지난해 8월 이후 최대 폭으로 올랐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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