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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 특허, 25년간 일자리 427만 개 만들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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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호 10면

미 정부 R&D 투자 제1 덕목은 경제가치

미국 연방정부가 국립과학재단(NSF)을 통해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 지원하는 연구개발(R&D) 자금은 연간 200억 달러(약 21조원). NSF는 연구 지원금이 낭비되지 않고 성과를 내는 프로그램(I-Corps)을 운영한다. 대학 실험실이나 연구실에 있는 교수나 연구자들이 학술적 연구 결과를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미시간대 박종호(사진) 박사는 생명공학대 소속 연구원으로 중서부 대학(퍼듀·일리노이·미시간대)에서 프로그램의 성과를 NSF에 보고하는 평가자다. 그와 인터뷰했다.

미시간대 박종호 박사 #기술 상업화가 지역 경제에 도움 #NSF 통해 연간 200억 달러 지원 #논문은 경제적 성과로 보기 힘들어

미국에선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R&D의 성과를 무엇으로 보나.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R&D 투자는 특허나 기술이전, 창업처럼 실질적으로 경제적으로 환산하거나 측정될 수 있는 것을 투자의 성과로 보려 한다.”

 

왜 그런가.
“미국 정부가 대학에 연간 연구개발에 큰 투자를 하는 만큼 실질적 경제적 효과를 보고 싶은 것이다. 결국 정부가 지원한 돈으로 대학이 연구를 해 특허나 라이선스 등을 내야 그것이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많은 경우 특허 등의 권한은 정부가 가지고 있게 돼 국가 경제에도 기여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연구개발 투자가 실제로 경제에 도움이 되나.
“미국 대학의 기술이전 사무소(한국의 경우 대학 내 산학협력단)는 정부 기관인 대학기술관리자협회(AUTM)에 연구활동 투자 수익이나 지역 경제 기여 현황을 조사해 보고한다. 지난해 AUTM이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5년간(1991~2015년) 대학 특허는 ▶국내총생산(GDP) 5910억 달러(약 632조원) ▶일자리 427만2000여 개 ▶창업 1만1000여 곳 ▶신제품 1만여 개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교수나 연구자가 상업화까지 신경 쓰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미국도 교수들의 창업이나 상업화 실적이 공식적으로는 정년보장(Tenure) 평가에 들어 있지 않다. 그래서 미 정부와 대학들은 I-Corps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교수들이 좀 더 상업화에 관심을 갖도록 재정을 투자하고 창업훈련 프로그램도 지원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는 대학은 연구자들에게 시장을 잘 아는 비즈니스 파트너를 붙여 주거나, 창업을 위한 교육과정을 제공해 여기에 참여하도록 독려한다. 연구자가 새롭게 개발한 기술이 시장에서 어떻게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알게 해주는 것이다. 연구자를 위해 연구 분야와 관련된 산업에 관한 콘퍼런스나 세미나를 열어주고, 해당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동문을 연결해주며, 여기에 관심 있는 투자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한 창업 사례는.
“미시간 대학병원의 의사 마크 J 키엘은 의대를 졸업한 후 미시간 대학병원에서 여러 웹사이트를 찾아다니며 질병에 대한 의학 논문을 찾는 일을 하게 됐다. 그러다 문득 의학 전문 자료 데이터베이스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을 위한 수업도 듣고 컴퓨터 기술자, 특허 변호사, 투자자들의 도움을 받아 창업했다. 결국 그는 온라인 의학도서관을 창업하는 데 성공해 백만장자가 됐다.”

강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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