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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수출 전자투표기, DR콩고에 큰 위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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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호 02면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이 올 연말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서 한국 기업의 전자투표시스템을 사용하려는 계획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미국은 사용 백지화까지 요구했다.

미국 등 안보리 이사국 우려 표명 #“비밀 보장 안 돼 조작될 수 있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사실상 예산을 전액 지원하는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가 이 시스템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다가 DR콩고 내 야당과 가톨릭교회, 서방 주재 국가들이 강하게 우려를 표명하는 바람에 손을 떼는 일이 벌어졌었다. <중앙SUNDAY 2월 4일자 7면·사진>

 최근 외신들에 따르면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달 중순 안보리 비공개 회의에서 “DR콩고로선 중대한 선거인데 국민에게 익숙지 않은 전자투표를 사용토록 하는 건 엄청난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어 “콩고 국민들이 결과에 의구심을 갖지 않도록 종이투표를 해야 한다”며 “미국은 전자투표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프랑스 등도 같은 의사를 피력했다고 한다. 이들은 ▶DR콩고의 문맹률이 높은데도 공식언어인 프랑스어로만 제공되고 4개 주요 언어론 서비스되지 않아 누군가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해 비밀선거가 보장되지 않을 수 있으며 ▶선거가 조작될 수도 있고 ▶DR콩고 선관위(CENI)가 과거에도 횡령을 한 전력이 있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고 한다.

 CENI는 그러나 “전자투표 시스템을 쓸 수 없다면 선거도 없다”고 맞섰다. CENI는 국가 예산의 10%에 해당하는 5억 달러(5400억원 상당)를 선거에 배정했고 여기엔 논란 많은 ‘투표 기계’(전자투표 시스템) 구입도 포함됐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DR콩고는 서방의 지원이 없으면 유지가 안 되는 나라”라며 “서방이 이토록 반대하는데도 전자투표시스템을 쓴다고 하니 서방이 더 의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DR콩고의 사정을 보면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치르더라도 그 결과에 불만이 없을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태여서 한국 기업이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기업의 일이라 정부가 간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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