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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서 맥주까지 경쟁력 약화” 미 경제계, EU·중국보다 더 반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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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호 21면

[BUSINESS] 트럼프 보호관세 후폭풍

‘트럼프 쇼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관세는 한국·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의 반발이나 보복 움직임은 각오했던 일이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보호관세의 파장이 자동차와 항공기에서 맥주까지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미국 경제계가 반발하고 있다.

로비스트 동원 관세 낮추기 총력 #EU, 미 소비재에 보복 가능성

 가장 먼저 나선 쪽은 미 자동차·중장비, 외산차 딜러 협회 등이다. 데니스 스탤러 중장비협회 회장은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매겨 얻으려고 하는 게 미국 제조업체의 승리 아닌가”라며 “보호관세가 이런 목적 달성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성명을 냈다. 자동차 회사 포드의 최고경영자(CEO) 짐 해켓도 이날 성명에서 “이번 관세 조치가 미국 제조업체 경쟁력에 해가 된다”고 비판했다. 맥주업계 반발도 거세다. 최근 유리병 대신 알루미늄 캔에 맥주를 담아 판매하는 경우가 급증해서다.

 친공화당 경제단체인 프리덤파트너스(FP)마저 대열에 동참했다. FP는 “조세든 관세든 어떤 형태의 세금이라도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는게 목표가 아니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며 “그저 비용을 올려 소비자뿐 아니라 제조업체에 해가 돼 결국 일자리를 앗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FP는 공화당에 정치자금을 많이 내기로 유명한 석유재벌 코크 형제가 후원하는 곳이다. 톰슨로이터는 “다급해진 미 재계가 로비트스 등을 총동원해 의회를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법 개정 등의 과정에서 트럼프 보호관세 세율을 조금이라도 낮춰보기 위해서다.

 트럼프 조치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경제단체도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 협회다. 보호관세 혜택을 직접 보는 쪽이다. 게다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에 가장 많은 표를 몰아준 ‘녹슨 지대(Rust Belt)’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는 1930년 허버트 후버 당시 대통령이 핵심 지지기반인 농민 표를 의식해 관세 장벽을 높인 것과 비슷하다. 그 결과는 대공황의 세계화였다. 이번 트럼프 쇼크가 88년 전처럼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은 이날 무디스 분석결과를 인용해 “트럼프 보호관세 때문에 미 성장률이 0.2%포인트 정도 낮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다만 “EU와 중국이 보복에 나서면 성장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놓았다. 치고받기(tit for tat)식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다.

 아직은 전면전 가능성은 낮다. EU가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기는 했지만 대공황 초기처럼 전면적인 관세 장벽을 높일 움직임은 보이지는 않고 있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EU 본부가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 버번 위스키 등 대표적인 미국산 소비재에 보복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른바 보복관세가 불러올 ‘경쟁력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다. 트럼프에 되갚아주기 위해 원자재중간재 등에 보복관세를 물리면 EU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관영 언론 등을 통해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즉각적인 보복 조치는 내놓지 않았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베이징이 EU의 대응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EU·중국이 게임을 어떻게 벌일지 아직 불투명한 바람에 글로벌 주식과 채권 시장 참여자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일단 자금이 채권 등 안전자산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일본 엔화가 무역갈등 국면에서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 철강업체들은 ‘최악의 경우’는 피했다는 반응이다. 당초 한국 등 12개국에 최소 53%의 관세 부과가 거론됐던 것에 비하면 일률적으로 25%를 부과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력 수출품목인 강관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는 보호무역 관련 이슈 자체가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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