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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특혜 입학' 정용화·조규만 등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

중앙일보

입력

경희대 대학원 석·박사 입시 과정에서 면접을 보지 않고도 합격한 가수 정용화(29)씨와 조규만(48)씨 등이 부정입학 특혜를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면접 한 번도 치른적 없어" …정용화 측 병역회피 정황까지

가수 조규만(왼쪽)과 정용화 [중앙포토]

가수 조규만(왼쪽)과 정용화 [중앙포토]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업무방해 혐의로 가수 정씨와 조씨, 또 다른 부정 입학자인 중소기업 대표 김모(53)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2일 밝혔다.

정씨와 조씨를 부정하게 입학시킨 경희대 일반대학원 응용예술학과 학과장 이모(49)교수와 입시 브로커 역할을 경희대 국제캠퍼스 대외협력처 부처장 A(58)씨, 정씨의 매니저 B(34)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2일 공개한 경희대 대학원 예체능학과 부정입학 사건의 입시요강과 입학 원서 등 증거자료. 최규진 기자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2일 공개한 경희대 대학원 예체능학과 부정입학 사건의 입시요강과 입학 원서 등 증거자료. 최규진 기자

경찰에 따르면 학과장 이씨는 '2017년 전기 수시전형(석·박사)' 과정에서 가수 정씨와 조씨, 중소기업 대표 김씨 등이 면접을 치르지 않았는데도 점수를 부여해 합격시킨 혐의를 받는다.

당시 면접심사위원장이었던 이 교수는 ‘면접 고사에 결시하는 경우 불합격 처리한다’는 평가 원칙을 무시하고 정씨 등에게 면접 점수를 주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교수는 이 과정에서 미리 응시생들의 석차를 정해 작성해 둔 면접 평가표를 면접위원을 맡은 다른 교수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다른 심사위원 교수들은 "이 교수가 교수 승진과 재임용에 영향력이 있어 지시를 거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정씨와 김씨는 총 300점 만점에 270∼280점을 받아 각각 1·2위로 수석 합격했다.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전기 수시모집 전형 평가서. 최규진 기자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전기 수시모집 전형 평가서. 최규진 기자

특히 경찰 조사 결과 정씨와 조씨는 기존에 주장했던 '개별 면접'을 포함해 단 한 번도 면접을 치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정씨 등은 “학과장 이씨와 개별적으로 만나 면접을 치렀다”고 주장했으나 입시 과정 중 단 한 차례도 만난 적이 없었다.

심지어 조씨와 김씨는 응시원서 제출 마감일 이후 제출했는데도 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정씨가 입영연기를 통해 병역의무를 피하려고 대학원에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병무청에 확인한 결과 정씨는 2016년 9월20일자로 입영하라는 통지서를 받았으나 한 달 전인 8월26일 박사 과정을 밟는다는 이유로 연기를 신청했다.

앞서 정씨는 수시 전형 이전인 2016년에도 정시 전형에도 지원했다가 면접에 불참해 점수를 받지 못하고 탈락했다. 당시 면접관이 정씨의 불참을 이유로 면접 점수를 0점 처리하면서다.

정씨와 조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면접 불참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이들은 "입시 특혜 사실은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학과장 이씨가 부정입학자 3명으로부터 입시 특혜를 대가로 금품 등을 받았는지도 조사했으나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다른 입학자와 식사 등 부정한 거래를 하는 정황을 발견했으나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경희대와 교육부 등에 공문을 보내 학과장 이씨 등에 대해 범죄사실 등 수사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최규진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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