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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카 그림자’ 힉스 사임 … 백악관 웨스트윙의 권력 암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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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달 28일(현지시간) 사임 의사를 밝힌 호프 힉스 미국 백악관 공보국장이 27일 워싱턴 의회에서 열린 ‘러시아 스캔들’ 관련 하원 정보위원회 비공개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달 28일(현지시간) 사임 의사를 밝힌 호프 힉스 미국 백악관 공보국장이 27일 워싱턴 의회에서 열린 ‘러시아 스캔들’ 관련 하원 정보위원회 비공개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패밀리’냐 존 켈리 비서실장이냐.

켈리 비서실장 - 트럼프 패밀리 전쟁 #켈리, 대통령 주변 인물 하나씩 정리 #7일 전엔 쿠슈너 기밀취급권 제한 #평창 폐막식에 이방카 참석도 반대 #미 언론 “한쪽만 살아나오는 싸움”

미국 정치의 심장부인 백악관 ‘웨스트윙(West Wing)’에서 본격적인 권력 투쟁이 시작됐다. 웨스트윙은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진이 근무하는 백악관 서관(西館)을 의미한다.

지난해 8월 백악관 입성 후 대통령 주변 인물들을 하나씩 정리해 온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이번엔 ‘퍼스트 도터’ 이방카 트럼프, 남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보좌관 부부를 겨냥하는 모양새다.

지난 달 23일 쿠슈너 보좌관의 기밀 취급 권한이 축소된 데 이어, 28일에는 ‘이방카의 그림자’로 불렸던 호프 힉스 백악관 공보국장이 사임했다. 미 언론들은 이런 상황을 대통령 핵심 참모와 대통령 가족 사이의 권력 투쟁으로 분석하고 어느 쪽이 주도권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백악관 내 권력 지형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힉스 공보국장은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미 하원 정보위원회 비공개 청문회에서 증언한 다음 날인 28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NYT는 “힉스는 청문회에서 트럼프를 위해 일하는 동안 종종 ‘하얀 거짓말’(선의의 거짓말·white lie)이 필요했다고 진술했다”며 “하지만 백악관 관계자들은 힉스의 사임이 청문회 출석과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방카와의 인연으로 백악관에 입성한 힉스 보좌관은 그동안 트럼프 패밀리의 든든한 우군 역할을 해 왔다.

힉스의 사임으로 켈리 비서실장이 이끄는 백악관의 새로운 비서실 조직의 권한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켈리 실장은 앞서 지난 달 23일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쿠슈너 백악관 보좌관의 기밀 취급 권한을 ‘일급비밀 또는 특수정보급’에서 ‘대통령 일일 브리핑’에 접근하지 못하는 ‘기밀급’으로 강등하는 조치를 취했다.

27일에는 쿠슈너 보좌관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의 조율이나 보고 없이 이스라엘·중국·아랍에미리트(UAE)·멕시코 등 외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왔으며, 이들이 쿠슈너의 외교정책 경험 부재 등을 이용해 그를 배후 조종하려 했다는 의혹이 보도됐다. 28일에는 쿠슈너의 개인 사업체인 ‘쿠슈너 컴퍼니’가 백악관 만찬에 참석했던 기업인들에게 막대한 금액의 투자를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켈리 실장은 앞서 이방카 보좌관의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 참석에 대해서도 “외교 경험이 없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켈리 실장이 평소에도 지인들에게 “이방카가 ‘정부 놀이’에 빠져 있으며 그가 추진하는 자녀 세액공제 혜택 확대 정책 등도 ‘취미 생활’에 불과하다”고 비판해 왔다고 보도했다.

이방카는 평창올림픽 기간 중 가진 인터뷰에서 아버지 트럼프 대통령의 성 추문 의혹에 대해 “딸에게 묻기에는 매우 부적절한 질문”이라고 답해 “미국 대표 단장으로서의 자질이 없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언론들은 일련의 움직임을 백악관 내 권력 투쟁이 본격화하는 신호로 분석한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달 28일 “자방카(JAVANKA·재러드와 이방카의 합성어)와 켈리가 사생결단의 결투에 들어갔다”며 “이것은 두 명이 들어가 한 명만 살아 나오는 싸움”이라고 평했다. 또 “트럼프 가족들, 특히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쿠슈너에 대한 부정적 보도들을 보고 이를 주도한 켈리에게 격노했다”며 “하지만 백악관 관리들은 쿠슈너가 어리숙하고 남에게 잘 속는데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CNN도 “쿠슈너에 대한 폭로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너서클을 뒤흔들고 있다”며 “이는 웨스트윙의 권력투쟁이 임박했음을 암시하는 것이며, 만일 쿠슈너와 이방카가 백악관을 떠난다면 ‘트럼프 월드’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이방카와 쿠슈너는 공격하는 켈리 입장에서 가장 위험요소가 큰 인물들”이라며“트럼프 대통령이 켈리 실장에 제동을 걸면 비서실장직 수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영희·임주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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