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취재차량 무단 침입 테이프 뺏고 기자 협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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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화 테이프까지 빼앗아=공동취재단에 따르면 북측 보장성원(행사요원) 김광성과 한춘열 등은 상봉 첫날인 20일 남측 방송사가 가져간 위성 송출 차량에 무단으로 침입해 녹화 테이프를 빼앗아갔다. 또 취재기사와 화면.음성 테이프를 사전에 검열하겠다고 나섰다. 이튿날에는 자신들의 요구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SBS와 MBC 기자의 상봉 현장 접근을 막았고, 개별 상봉 일정까지 7시간 지연시켰다.

1진 상봉단 99가족(149명)이 귀환한 23일에는 북측 연락관이 SBS 기자에게 "30분 내로 떠나지 않으면 공화국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며 신변을 위협했다. 이와 함께 "우리 말을 듣지 않으면 앞으로 상봉은 끝나는 것으로 알라"고 상봉 중단까지 협박했다. 북측은 해당 기자가 함께 나가야 상봉단도 돌려보낼 수 있다고 버텨 상봉단 귀환이 예정보다 9시간 늦어졌다. 23일 공동취재단은 장시간의 회의 끝에 철수를 결정했다.

◆ 정부 적극 나서야=이번 같은 파문이 재연되지 않으려면 북측의 태도 변화와 함께 남북 간 취재.보도의 틀을 다시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남북 교류협력의 틀이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견해다. 하지만 일부 북측 관계자의 돌발행동이 예기치 못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남한 내 여론을 악화시켜 대북 화해협력 정책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대북 유감을 표하는 등 과거보다 단호한 입장을 보이려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대북 자세를 더 추슬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12차 상봉 때도 북측이 '납북자'란 표현을 문제삼아 갈등을 빚었지만 별다른 대책 없이 상봉단을 보낸 것도 문제라는 얘기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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