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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부터 김영철까지 강행군한 문 대통령, 올해 첫 연가 소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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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대표단이 귀환길에 오른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하루 연가를 내고 관저에 머물렀다. 올해 새로 주어진 21일의 연가 일수 가운데 첫 연가를 사용한 것이다.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영철과 인사를 하고 있다.[중앙포토]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영철과 인사를 하고 있다.[중앙포토]

 문 대통령이 이날 여민관 집무실로 출근하지 않았고 임종석 비서실장 등 핵심 참모진과의 정례 티타임도 열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달 들어 주말 내내 공식, 비공식 업무를 봐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참모들의 건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대화국면 속에 북·미 최고위급 인사와 잇따라 만나면서 북·미 접촉의 여건 마련에 공을 들여왔다. 문 대통령은 가장 먼저 평창 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지난 8일 만나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를 위한 대화로 이끌어낸다는 원칙에 공감했다.

 다음날인 9일엔 북한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방한하는 등 탐색적 북·미 대화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당시 대표단에 포함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펜스 부통령의 비공개 회동이 예정돼있었지만 북한의 취소로 불발됐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10일 김여정으로부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친서와 함께 평양을 방문해달라는 구두메시지를 전달받았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고 화답했다.

 23일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이 폐회식 참석차 미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했다. 문 대통령은 이방카 보좌관에게 한·미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반도의 비핵화 대화와 남북 대화가 별도로 갈 수는 없다. 두 대화의 과정은 나란히 함께 진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25일엔 북한에서 김영철 일행이 방한했다. 문 대통령은 김영철과의 비공개 접견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촉구하는 동시에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고 한다. 김영철은 접견에서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평창 올림픽 폐회식 다음날인 26일에도 문 대통령은 류옌둥(劉延東)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래서 미국과 북한이 빨리 마주 앉는 게 중요하다”며 중국 정부의 지지를 호소했다.

 문 대통령으로선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천명했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과의 탐색적 대화에 나서줄 것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이뤄진 북한과의 접촉 결과를 양국이 충분히 공유한 뒤 한·미 정상간 통화로 이어지는 수순이 예상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상 통화 시기에 대해 “미국과는 여러 루트를 통해 (접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북측 대표단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종합해서 (우리가)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분석이 이뤄지면 미국 쪽에도 이런 상황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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