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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판 '에어비앤비' '23앤미' '핏빗'…사람 위한 기술 따라가는 펫테크(펫+IT)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직장인 조모(38ㆍ여)는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의 건강을 위해 반려동물용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다. 조그만 목걸이 형태로 스마트폰과 연동해 쓰는 이 기기는 반려동물의 하루 운동량ㆍ수면량 등을 체크하고, 그간의 데이터를 분석해 적절한 운동 가이드를 제시해준다. 사람을 위한 건강관리 스마트기기 ‘핏빗’ 기능이 비슷하다.

혁신 기술의 반려동물 서비스 접목 활발 #'로버', 반려동물 돌봐줄 사람ㆍ장소 알선 #'임바크', 유전자 분석으로 질병 예측 등 #인공지능ㆍIoTㆍ헬스케어 등 적극 이용

강아지와 함께 먼 길을 갈 때면 ‘우버’를 부르듯 반려동물 운송서비스인 ‘펫택시’를 이용한다. 반려동물 전용 시트 및 안전벨트ㆍ배변패드 등이 준비돼있고, 무엇보다 눈치 보지 않고 개를 데리고 다닐 수 있어 편하다. 조씨는 “출근한 뒤에는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강아지가 뭐 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원격으로 먹이를 준다”고 말했다.

‘펫코노미’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면서 인공지능(AI)ㆍIoTㆍ헬스케어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이른바 ‘펫테크’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혁신’이라 평가받던 ‘에버비앤비’ㆍ‘23앤미’ 등과 비슷한 반려동물 전용 서비스도 늘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고민 중 하나는 장기간 집을 비울 때 돌봐줄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반려동물계의 에어비앤비를 표방하는 미국의 로버ㆍ도그베케이는 반려동물을 믿을 수 있는 사람 집에 맡길 수 있도록 알선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인은 앱ㆍ사이트를 이용해 필요한 기간만큼 반려동물을 돌봐줄 사람ㆍ장소를 찾을 수 있다.

인간의 유전자를 분석해주는 ‘23앤미’처럼 반려견의 혈통ㆍ품종을 분석하고 질병을 예측하는 개 전문 유전자 검사업체도 등장했다. 미국의 ‘임바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개의 침 샘플을 별도의 키트에 담아 보내면 유전적으로 발병 위험이 높은 질병을 예측해 주인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포브스에 따르면 임바크를 창업한 미국 코넬대 아담 보이코 교수는 2016년 창업 이후 1년만에 약 400만 달러(약 4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모바일로 반려동물의 사진ㆍ정보를 교환하고, 팔로우 관계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 한국의 ‘올라펫’은 운영방식이 페이스북과 판박이다. 미국의 ‘바크박스’는 주인에게 1~2주일에 한 번씩 각종 반려동물 용품을 보내주는 정기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려동물판 ‘미미박스’인 셈이다.

고양이와 놀아주는 자율주행 로봇쥐인 '마우서'. 마우서는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고양이의 사냥본능을 자극한다. 소리를 내거나 꼬리를 움직이기도 한다. [사진 페트로닉스]

고양이와 놀아주는 자율주행 로봇쥐인 '마우서'. 마우서는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고양이의 사냥본능을 자극한다. 소리를 내거나 꼬리를 움직이기도 한다. [사진 페트로닉스]

이처럼 주인의 니즈에 맞춘 반려동물 서비스가 등장하는 것은 반려동물 가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ㆍ통계청 등에 따르면 한국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1000만명을 돌파했고, 미국에선 전체 가구의 67.2%인 8460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소득 수준과 생활 수준이 올라가고 핵가족화·고령화가 진행하면서 반려동물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미국의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올해 694억달러(약 74조5000억원)에 달하며, 한국은 2020년 5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첨단 기기에서나 볼 수 있던 IT를 접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의 고미랩스는 인공지능ㆍ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반려동물 놀이용품을 선보였다. 야구공만 한 크기의 ‘고미볼’은 스스로 빛을 내고 움직이면서 반려동물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고미피더’는 고미볼을 갖고 운동하면 간식을 보상으로 제공한다.

미국의 '펫미오'는 반려동물의 활동ㆍ생활습관을 인공지능이 분석한 뒤 그에 맞는 건강 식단을 제공한다. 고미랩스 김인수 대표는 “스마트 기기를 통해 수집한 반려동물의 위치, 수면 상태, 활동량 등의 빅데이터는 다른 반려동물 상품을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쫒아다니며 배설물을 수거하는 로봇 '비틀' [사진 플래시로보틱스]

반려동물을 쫒아다니며 배설물을 수거하는 로봇 '비틀' [사진 플래시로보틱스]

스마트폰을 이용한 반려동물용 스마트 소변검사 키트를 선보인 한국의 ‘핏펫’, 온도ㆍ습도조절 장치로 쾌적한 수면을 도와주는 반려동물 스마트 베드를 내놓은 미국의 ‘페트릭스’ 등 헬스케어를 접목한 기술도 관심을 얻고 있다.

이색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독일의 ‘캐톨렛’은 하수도 시스템과 연결해 사람 화장실처럼 물을 내릴 수 있는 반려동물 전용 변기를 선보였다. 폴란드의 ‘플래시로보틱스’가 만든 로봇은 반려동물을 쫓아다니며 배설물을 수거한다.

KB경영연구소 황원경 선임연구위원은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면서 이들을 더 잘 살피고 이해하려는 마음에 사람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며 “IT제품 뿐 아니라 반려동물 상해ㆍ질병 보험서비스 등 다양한 금융상품이 인기를 끌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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