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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북한 대화 제의, 비핵화 첫걸음인지 지켜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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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이 26일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출국하며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JTBC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이 26일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출국하며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JTBC 캡처]

미국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평창올림픽 폐막식에서 “북·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밝힌 데 대해 “비핵화로 가는 첫걸음인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던 세라 샌더스 대변인 명의의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논평’을 통해서다. 제목과 여섯 문장으로 된 짧은 성명엔 ‘비핵화(denuclearization)’란 단어만 일곱 번 등장한다.

여섯 문장 성명에 비핵화 7번 강조 #미, 북한과 대화 전제 조건 못박아 #지난해 북한 최강일 만난 리비어 #“양국 과거 실패 되풀이 않으려 해 #탐색적인 북·미 회동 가능할 듯”

북한과의 어떤 대화든 ‘비핵화’가 핵심 주제임을 분명히 하고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한 것이다.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미국과 올림픽 주최국 한국, 국제사회는 북한과의 어떤 대화의 결론도 비핵화여야 한다는 데 합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이 비핵화를 할 때까지 최대한의 압박은 계속돼야 한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북·미 대화에 열려 있음을 밝히면서도 북한과 어떤 대화를 하더라도 비핵화를 압박하는 대화가 될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듯이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하면 북한 앞엔 보다 밝은 길이 놓여 있다”며 핵 포기 시의 ‘당근’도 제시했다. 저스틴 히긴스 국무부 아태담당 대변인도 기자에게 “우리는 통일된 대응을 위해 한국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밝혔듯이 남북관계는 북핵 해결과 별개로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익명을 전제로 “김영철의 발언은 지금까지 북한의 북·미 대화 언급 가운데 가장 전향적인 발언”이라면서도 “미국으로선 북한의 진의를 확인하고 언제, 어디서, 누구를 대표자로 첫 북·미 회동을 시작할지 내부 검토와 양국 간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남·북·미, 북·미 대화 입장

남·북·미, 북·미 대화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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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북한의 대화 용의 표명에 ‘비핵화’란 단어가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것은 북·미 양쪽이 생각하는 의제가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사전 조율이 쉽지 않음을 예고한다. 하지만 평창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가능성과 한·미 연합훈련 재개로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가 열릴 것으로 미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지난해 9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부국장과 만났던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아태담당 부차관보는 중앙일보에 “북한이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은 건 놀랄 일이 아니다”며 “서로 얘기를 경청할 자세만 돼 있다면 최초의 탐색적인 북·미 회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인권과 탈북자 문제를 제기하는 데 마음이 상해 막판에 철수하긴 했지만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평창에 있을 때 양국이 만나기로 합의한 점을 기억해보라”며 “이미 북·미 양국은 회동의 원칙을 이미 정해놓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특히 “지난번 비밀회동 무산 이후 북한이 만날 준비가 됐다고 다시 천명할 만큼 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며 “펜스 부통령이 복귀하면서 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다고 밝힌 입장이 그대로라면 북·미 회동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사전 조율과 관련해선 “두 나라는 서로 연락할 방법을 알고 있고, 서로를 상대하기 위해 신뢰하고 권위 있는 대표자를 테이블에 내보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얘기한 바로는 양국 모두 과거 협상의 실패와 우리가 직면한 위험한 상황에서 대결을 피할 방법을 찾아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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