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지난 25일 아시아 최초의 은메달을 이끌었다. 한국은 예선에서 세계 1~5위를 모두 쓸어버렸고, 23일 4강전에선 연장 끝에 일본을 꺾었다. 일본전 연장 11엔드 마지막 드로우샷은 국내외에서 화제가 됐다. 아직도 스킵(주장) 김은정(28ㆍ경북체육회)의 ‘영미, 영미, 영미~~’를 외치던 여운이 강하게 남아있다.
네 명의 선수가 상대팀의 스톤 앞에 서서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야를 때리고 자를 치우고…”라며 작전을 주고받는 말투도 기억에 남는다. 또 김은정이 경기 중에 “쨀까?” “기달려” 등 화끈한 사투리도 화제를 모았다.
그렇다면 김은정 선수의 외침 ‘영미~~’가 단순히 선수들 간 의사소통 역할만 했을까-.
26일 충북도립대 생체신호분석연구실 조동욱 의료전자기기과 교수는 김은정이 경기 중 외친 음성을 공포영화 속 여배우의 비명과 비교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조 교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외침은 다급할 경우에 행해지는 음성으로 음 높이가 높고, 음성에 실리는 에너지도 강하다. 이같은 외침은 위급함과 다급함을 느끼는 상태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음성의 안정도(주파수변동률인 지터, 진폭변동률인 짐머, 조화로움을 측정하는 NHR)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은정이 경기 중 외친 ‘영미’는 이와 달리 안정감이 있다. 비교 실험 결과 김은정의 음높이는 337.459㎐이고, 공포영화 여배우의 음높이는 316.671㎐였다. 김은정이 다소 높았고, 음성 에너지 역시 김은정이 75.578㏈로 공포영화 여배우의 74.201㏈보다 높았다. 대신 음성 주파수의 변동률 등을 통해 분석한 변동 폭은 김은정이 훨씬 낮게 나타났다. 그러니까 김은정이 외친 ‘영미~~’는 다급함과 긴장감뿐만 아니라 팀 동료 선수에게 내 말을 믿고 함께 하자는 안정감과 신뢰감이 있는 목소리라는 거다.
조 교수는 김영미의 목소리가 동료들에게 긴박함과 동시에 신뢰감을 안겨 ‘나를 믿고 해보자’는 울림을 준 것으로 해석했다. 여기에 경북 의성 출신인 컬링 대표팀의 사투리 억양도 경기를 흥미롭게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조 교수는 “일반적으로 억양이 있을 경우 활발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며 “억양이 실린 의성 사투리에 목소리를 듣는 동료와 관중 모두 흥겨운 기분을 느낀 것”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이 목소리를 들은 우리 국민도 ‘영미!’라는 외침에서 경기에 대한 긴박함과 박진감을 느끼고, 안정감과 신뢰를 동시에 갖게 됐을 것”이라며 “김은정의 목소리로 경기에 대한 재미와 이길 것이라고 신뢰하게 돼 컬링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국민적인 열광이 연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