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선수들 또 만날 수 있을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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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보통 경기 중에 상대 선수에게 '잘한다'는 말은 절대 안 합니다. 이겨야 할 상대에게 감탄한다는 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올 시즌에는 코트에서 그런 말을 여러 차례 들었습니다. 모두 크리스 윌리엄스를 향한 거였죠."

프로농구 모비스의 우지원은 21일 정규리그 우승을 결정지은 뒤 공식 인터뷰에서 팀 동료 윌리엄스를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평가했다. 올 시즌 6번의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윌리엄스는 거의 모든 개인기록 부문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22일 현재 득점 4위(경기당 25.34), 어시스트 4위(7.21), 스틸 1위(2.58), 리바운드 8위(9.96), 블록슛 4위(1.43), 굿디펜스 4위(0.36), 야투 성공 3위(10.38) 등.

우지원은 "잘하면 말이 많아지게 마련인데 윌리엄스는 그렇지 않다. 윌리엄스는 늘 조용히, 겸손하게 경기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지원은 윌리엄스를 가리켜 "팀플레이를 중시하는 모비스에 맞는 선수"라고 말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도 비슷한 의견이다. 유 감독은 "팀이 가장 어려웠던 3라운드, 윌리엄스가 얼마나 똑똑하고 성실한 친구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2라운드 선두를 유지하던 모비스는 3라운드 들어 4승5패로 하강 곡선을 그렸다. 윌리엄스의 스타일이 상대팀에 읽히기 시작한 것이다. 유 감독은 윌리엄스를 불러 골밑에 자리를 잡을 때의 위치, 패스 타이밍 등 몇 가지 습관을 고치자고 제안했다. 한바탕 논쟁을 각오했지만 윌리엄스는 "맞다. 지금 당장 그렇게 하자"고 했다. 유 감독은 그 태도에 반했다. 유 감독의 말을 전해 들은 윌리엄스는 "우리 팀 선수 모두가 팀의 리더"라며 살짝 웃어 보였다.

유 감독은 "윌리엄스가 팀 우승의 구심점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선수들 모두가 잘해 줬다"고 말했다.

"이런 선수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요. 19일 동부와의 경기에 우지원은 출전하지 못했어요. 그러나 어떤 내색도 않더라고요. 그 마음을 내가 모르겠어요. 이창수를 보세요. 37살 나이에 슬라이딩하면서 볼 따내잖아요. 이병석은 온갖 궂은 일은 다하면서 팀 분위기를 살려 주고요. 양동근은 두말하면 잔소리죠. 확실한 스타가 없는 우리 팀은 조직력밖에 믿을 게 없습니다. 선수들이 자신을 희생하며 팀을 살려 줬고, 결국 우승까지 왔습니다."

22일 잠실 경기에서는 동부가 SK를 94-91로 물리쳐 30승23패, 오리온스는 안양 경기에서 KT&G를 98-83으로 누르고 27승25패를 기록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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