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씨 통장에 거액 입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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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목포=박의준기자】현대건설노조설립추진위원장 서정의씨(37) 피랍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이 사건의 피해자 서씨가 진술한 납치감금·석방과정의 진술에 상당한 의문점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이 사건이 회사측의 일부 간부와 서씨가 꾸민 조작극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서씨의 진술을 토대로 서씨 등 노조간부를 상대로 설득을 펴온 회사간부 중 일부를 소환, 곧 회사측의 관여여부를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이 이 사건을 회사와 서씨가 관여한 조작극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는 ▲서씨가 감금돼있던 9일 오후 11시쯤 범인들이 서씨에게 회사 사직서를 쓰게 하기 직전까지 『1천7백만원을 받고 이 일을 맡았다』고 말한 뒤 『이제 일이 잘 됐으니 사직서만 쓰면 보내 주겠다』고 말한 점 ▲서씨의 통장에 거액이 입금돼 있는 점 ▲서씨가 피랍 당시 1천6백40만원을 소지하고 있었던 점 등이다.
이밖에 경찰은 ▲서씨가 5일 동안이나 범인들과 생활했으면서도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한 점 ▲서씨를 서울까지 태워준 택시운전사에게 범인은 하수인이니까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점 ▲범인 수·말씨 등에 대한 1, 2차 진술이 각각 다른 점 ▲서씨가 여인숙으로 갈 때 몹시 취했다고 말했으나 사실은 정신이 말짱했던 점 등도 이 사건이 조작극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서씨가 감금돼 있는 사이에 회사측의 일부 간부와 협상이 이루어져 『정체를 모르는 청년들에게 납치됐다가 풀려났다』고 진술하기로 사건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목포에 온 경찰은 13일 서씨와 함께 범인들의 신원파악 및 현장확인조사에 나서 이날 0시10분부터 30여분 동안 서씨가 풀려나기 전 묵었던 목포시 해안동1가 21 동아여인숙 주인 최경자씨(53)와 대질시켜 최씨로부터 『서씨가 여인숙에 들어올 당시 의식이 있었다』는 새로운 진술을 얻어냈다.
최씨는 경찰에서 ▲서씨가 청년 2명에게 업혀올 당시 비교적 맑은 정신상태에서 초조한 기색이 거의 없었고 ▲누구든지 찾아오면 지금부터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말했으며 술 깨는 약을 사다준 댓가로 검은 색 지갑에서 꺼내준 2천원을 수고비로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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