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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金-쇼트 銅, 트랜스포머 테르모르스 "피겨는 No"

중앙일보

입력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에서 금메달을 딴 요린 테르모르스. [강릉=연합뉴스]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에서 금메달을 딴 요린 테르모르스. [강릉=연합뉴스]

쇼트트랙 1500m에 출전한 테르모르스. [강릉 AP=뉴시스]

쇼트트랙 1500m에 출전한 테르모르스. [강릉 AP=뉴시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승훈(30·대한항공)의 별명은 '트랜스포머'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해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빙상계 트랜스포머는 따로 있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을 오가며 메달을 목에 건 네덜란드의 철녀 요린 테르모르스(29)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 금메달 #쇼트트랙 3000m 계주는 행운의 동메달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쇼트에 전념

네덜란드는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B파이널(5~8위 결정전)에서 1위를 차지했다. 5위라는 성적에 만족한 네덜란드 선수들은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결승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차지한 가운데 중국과 캐나다가 실격당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탈리아가 은메달을 차지했고, B파이널 우승을 차지한 네덜란드가 3위로 올라섰다. 동메달을 따게 된 네덜란드 선수들은 펄쩍펄쩍 뛰며 기쁨을 나눴다.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중국과 캐나다의 실격으로 동메달을 거머쥐자 기뻐하는 네덜란드 선수들. 왼쪽부터 야라 판 케로코프, 라라 판 루이벤, 수잔 슐팅, 요리엔 테르모르스. [강릉 AP=연합뉴스]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중국과 캐나다의 실격으로 동메달을 거머쥐자 기뻐하는 네덜란드 선수들. 왼쪽부터 야라 판 케로코프, 라라 판 루이벤, 수잔 슐팅, 요리엔 테르모르스. [강릉 AP=연합뉴스]

누구보다 기쁜 사람은 테르모르스였다. 올림픽 빙상 역사상 최초로 2개 종목에서 메달을 딴 선수가 됐기 때문이다. 테르모르스는 14일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에서는 1분13초56으로 올림픽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력한 우승후보 고다이라 나오(32·일본)는 은메달에 머물렀다. 설상 종목에선 1952년 오슬로 대회에서 헤키 하수(핀란드)가 크로스컨트리 스키 금메달과 노르딕 복합 은메달을 목에 건 적이 있다. 테르모르스는 "최선을 다해서 빠르게 달려서 세계기록이나 올림픽기록을 노렸는데 메달을 땄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다른 팀에겐 불운이지만 실격을 기대하긴 했다"고 웃었다.

테르모르스의 본업은 쇼트트랙이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선 쇼트트랙으로 데뷔했다. 그러나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고, 이듬해부터 코치의 권유로 스피드스케이팅 연습을 시작했다. 201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스피드스케이팅 대회에도 출전했다. 같은 얼음 위를 달리는 종목이지만 두 경기는 코스, 신발, 규칙까지 모두 다르다. 그래도 테르모르스는 두 종목 모두에서 세계적인 기록을 냈다. 2014 소치 올림픽에선 스피드 여자 1500m와 팀 추월 2관왕에 올랐다. 쇼트트랙에선 1500m 4위, 1000m 5위, 500m 6위로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스피드스케이팅 1000m 시상식 제일 높은 자리에 선 테르모르스. 왼쪽은 동메달 다카기 미호(일본), 오른쪽은 은메달 고다이라 나오(일본). [강릉=뉴스1]

스피드스케이팅 1000m 시상식 제일 높은 자리에 선 테르모르스. 왼쪽은 동메달 다카기 미호(일본), 오른쪽은 은메달 고다이라 나오(일본). [강릉=뉴스1]

테르모르스는 "쇼트트랙은 다른 선수와 경쟁, 그리고 전술을 고려해야 한다. 스피드스케이팅은 나 혼자만의 싸움"이라고 두 종목의 차이를 설명했다. 이어 "훈련은 그리 힘들지 않다. 스피드와 쇼트 훈련 날짜를 따로 잡는다. 언론에선 내 도전을 말렸지만 난 둘 다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무모해 보였던 테르모르스의 도전은 6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그에게 '농담 삼아 피겨스케이팅에 도전할 의사는 없냐'는 질문을 던졌다. 테르모르스는 스핀을 하듯이 빙그르르 돌면서 크게 웃은 뒤 "없다"고 답했다.

쇼트트랙 1500m에 출전한 테르모르스. [강릉 AP=뉴시스]

쇼트트랙 1500m에 출전한 테르모르스. [강릉 AP=뉴시스]

두 종목에 출전하다 보니 강행군도 이어졌다. 여자 1000m를 마친 뒤 이틀 뒤인 17일엔 쇼트트랙 1500m(5위)에 출전했고, 이튿날엔 여자 스피드 500m(6위)에 나섰다. 하루를 쉬고 또다시 계주에 출전했다. 그는 "전혀 힘들지 않다. 6년 동안 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테르모르스의 '겸업'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어느덧 30대를 바라보고 있어 이번 대회를 끝으로 스피드에 집중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테르모르스는 "항상 꿈은 이뤄진다. 매우 믿기 어렵지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밀고나가면 누구나 메달을 딸 수 있다"며 웃어보였다.

17일 강원도 정선 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알파인스키 여자 수퍼대회전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낸 레데츠카. [정선=연합뉴스]

17일 강원도 정선 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알파인스키 여자 수퍼대회전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낸 레데츠카. [정선=연합뉴스]

한편 설상 종목에선 또다른 선수가 두 종목 동시 메달에 도전한다. 알파인 스키 여자 수퍼대회전에서 깜짝 우승한 에스터 레데츠카(체코)다. 올림픽 최초로 스노보드와 알파인스키에 동시 출전한 레데츠카는 '스키여제' 린지 본(미국·6위)을 제치고 깜짝 금메달을 따냈다. 레데츠카는 24일 주종목인 알파인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레데츠카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강릉=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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