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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한·일간 관광객 숫자 4배 차…일본을 배워야 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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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인이 가장 많은 찾은 일본 오사카의 '관광 1번지' 도톤보리 전경. 지난해 방일 한국인은 714만명으로 방한 일본인 231만보다 3배 가량 많다. [사진 일본정부관광국]

지난해 한국인이 가장 많은 찾은 일본 오사카의 '관광 1번지' 도톤보리 전경. 지난해 방일 한국인은 714만명으로 방한 일본인 231만보다 3배 가량 많다. [사진 일본정부관광국]

지난달 일본을 다녀온 한국인 여행객이 8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2월보다 12만명 많고, 지난해 1월보다 18만명 더 많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올 한해 일본을 찾는 한국인은 900만~1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부터 매년 200만명씩 느는 셈이다.

반면 한국을 찾는 일본인은 자꾸 줄어든다. 지난해 12월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19만여 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5000여 명 줄었다. 한·일간 여행객 차이가 4배가 될 판이다.

물론 해외여행을 많이 나가는 것을 탓할 일은 아니다. 또 학계 일부에선 ‘해외여행을 많이 가는 사람이 국내 여행도 많이 해 국내 관광을 활성화한다’는 의견도 있다.

문제는 손님을 맞는 우리의 준비다.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관광 시장의 ‘큰 손님’이었던 일본인이 갈수록 줄어든 원인에 대해 북핵·위안부 등 외교 이슈가 거론된다. 무시 못 할 요인이기는 하지만, 정말 그것뿐일까.

30년 만에 열리는 평창 겨울 올림픽이 한창이지만, 서울에선 축제 분위기를 찾기는 힘들다. 광화문 거리는 썰렁한 가운데 한파까지 덮쳐 을씨년스러울 정도다. ‘관광 1번지’ 명동 거리엔 관광객 대신 ‘다이거우(代購·중국 보따리상)’ 만 그득하다. 평창을 찾은 외국인들은 서울을 한 번쯤 들렀거나 어딘가에 묵고 있을 텐데, 정작 우리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지 되새겨봐야 할 시점이다.

서울 시내 한 면세점 전경. 중국 보따리상이 몰리는 시간대가 아니면 한산한 편이다. [사진 중앙포토]

서울 시내 한 면세점 전경. 중국 보따리상이 몰리는 시간대가 아니면 한산한 편이다. [사진 중앙포토]

한국이 일본에 빠진 이유는 이와 반대다. 일본에 가서 ‘바가지 상술’이나 ‘불친절’을 겪었다는 이는 찾기 힘들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가보니 일본에 반했다"는 사람 일색이다. ‘오사카서 꼭 가봐야 할 카페’, ‘일본에 가면 꼭 사야 하는 품목’ 등 꿀팁이 넘쳐난다. 일본에 두 번 세 번 가는 사람이 느는 이유다. 프로야구 시즌권처럼, 연중 일본 방문 계획을 세우고 2~3회의 ‘연간 일본 항공권’을 미리 사두는 이들까지 생겼다.

김영주 산업부 기자

김영주 산업부 기자

문화·체육·관광을 책임지는 문화체육관광부는 무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을 따라 지난해 말 출범한 총리 주재 국가관광전략회의도 첫 회의 후 깜깜무소식이다. 아베 총리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관광입국 추진 각료회의’를 발족하고 범정부 차원의 ‘요코소 재팬(어서오세요 일본)’ 프로젝트를 2003년부터 착착 진행하고 있다. 민간도 머리와 힘을 보탰음은 물론이다. 이후 지난해 ‘일본의 매력을 일본의 힘으로’라는 프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지금 일본의 관광산업 호황은 이 덕분이다. 겸허하게 일본을 배워야 할 때다.

산업부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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