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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저출산 해소하자면서 캠프 출신 ‘낙하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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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종훈 기자 중앙일보 기자
정종훈 복지팀 기자

정종훈 복지팀 기자

20일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보건복지협회 사무총장에 조경애(55) 건강세상네트워크 고문이 임명됐다. 임기 3년이다. 1년간 비어있던 자리를 채우게 된 조 신임 사무총장은 1995년 의료보험통합 연대회의 사무차장에서 시작해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 등을 거쳤다. 보건의료 분야 시민단체에서 활동해왔다. 그는 “현장 경험을 토대로 발로 뛰는 총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다. 하지만 이력서 어디에서도 인구와 저출산 극복과 관련한 경력이 없다.

인구 절벽은 이미 현실이 됐다. 인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는 사상 처음으로 35만9000명대로 떨어졌다. 출산의 바로미터인 혼인 건수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출생아가 언제 20만명대로 떨어질지 모르는 비상 상황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저출산 해소를 주요 국정 방향으로 내세웠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별도 사무처를 신설하고 조직·기능을 확대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전문가가 사무총장을 맡아도 될까 말까 하는 상황이다. 추락하는 출산율에 조금이라도 제동을 걸려면 전문적 경험과 식견이 절실하다. 그런데 비전문가를 낙하산으로 앉히면서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이라고 내세우다니, 아직도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조 사무총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시민캠프에 참여했고 지난해 대선에서도 문 후보 캠프의 보건의료 분야 자문 역할을 했다. 인구협회 관계자는 “아동·여성 건강 전문가라서 이사진이 심사숙고 끝에 선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인구학회장을 역임한 인구학자는 “인구협회 사무총장직은 인구와 보건, 복지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갖고 실무를 제대로 맡을 중립적인 사람이 임명돼야 한다”면서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해 협회 기능을 활성화할 방법을 강구해도 모자랄 판에 대통령을 도왔다고 비전문가를 쓰는 건 있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비전문가 임명’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니 할 말이 없다. 지난달 국립중앙의료원은 중소 병원을 운영하던 정기현(62) 원장을 새로 선임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대선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의료계에선 "전문성도 없고 경력도 없는 사람을 낙하산으로 보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백번 양보해 캠코더(문재인 후보 대선 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를 하려면 그런대로 자격을 갖춘 사람을 앉히는 게 맞다. 한국은 전대미문의 ‘인구 재앙’에 직면해 있다. 비전문가가 와서 문제를 파악하는 데 시간을 허비할 만큼 여유가 없다.

정종훈 복지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