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공연 티켓 싸요” …평창올림픽 티켓 사기 주의보

지난 14일 대학생 김모(25)씨는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입장권을 사기 위해 한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를 찾았다. 평소 좋아하던 아이돌그룹 엑소가 공연하는 폐회식 무대를 보기 위해서였다. 때마침 김씨에게 “현재 매진된 입장권이 2장 있다. 40만원에 팔겠다”는 글이 눈에 띄었다. 해당 판매자는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찍은 사진을 문자메시지로 보내주기도 했다. “설 연휴 전에 선입금을 해주면 입장권을 등기로 보내주겠다”는 말에 김씨는 그날 바로 40만원을 입금했다.

인터넷 중고 거래 커뮤니티에 올라온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사기 피해 게시글. [네이버 중고나라 캡춰]

그러나 설 연휴가 지났지만 입장권은 오지 않았다. 판매자도 더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알고 보니 판매자는 최근 10여 명으로부터 동일한 수법으로 입장권 사기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

올림픽 폐회식 가까워질 수록 사기피해 속출 #엑소, 씨엘 등 인기 아이돌 가수 공연에 인기 #경찰, 다음달 18일까지 집중 단속

인터넷에는 평창 폐회식 입장권을 사기당했다는 피해자 모임까지 꾸려져 있었다. 설 연휴 동안 같은 피해 게시물은 4건 올라왔다. 김씨는 "우리나라 안방에서 30년 만에 열리는 올림픽을 두고 사기를 친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을 일주일가량 남겨두고 입장권 사기가 잇따르고 있다. 입장권을 싸게 넘기겠다며 돈을 받고 연락을 끊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 열기가 뜨거운 데다 특히 폐회식에는 유명 아이돌 가수의 공연이 포함된 점을 악용하고 있다.

오는 25일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입장권 가격은 A석 95만원, B석 60만원, C석 40만원, D석 22만원이다. 이중 가장 저렴한 D석은 매진돼 나머지 좌석만 예매할 수 있다. 폐회식에는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와 가수 씨엘 등의 공연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 고문 등이 참석하기로 돼 있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연일 ‘폐회식 입장권을 구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평창동꼐올림픽 폐막식 좌석 배치도. [사진=평창동계올림픽 입장권 홈페이지]

입장권 사기가 들끓자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사기 주의보’도 내려졌다. 표는 직접 거래로 사고 인터넷 사기 검증사이트에 전화번호를 먼저 검색해보라는 식이다. 피해 사례 중에는 ‘입장권을 등기로 보내준다더니 낙산사 주지 스님의 신년사를 받았다’는 황당한 내용도 있었다. “폐회식 양도 인증 빡세게 해야 한다”“D 구역은 거의 사기라고 봐야 한다”“중고나라는 100이면 100 다 사기다”는 피해자들의 조언도 이어졌다.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사기 피해를 알리는 게시글. [네이버 중고나라 캡춰]

경찰은 다음 달 18일까지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입장권 사기 집중단속에 나섰다.
앞서 광주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13일 일본 여행사로부터 7차례에 걸쳐 5100만원을 가로챈 손모(34)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손씨는 작년 5월 일본 피겨 스타 하뉴 유즈루 선수의 올림픽 경기 입장권을 미리 구해놓으려는 일본 여행사 측에 "표를 미리 확보해놨다"면서 속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액수가 크지 않더라도 연락을 끊거나 잠적하면 곧바로 구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규진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