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타임」떠넘기기 작전|전영기 <사회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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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머타임제가 마침내 실시됐다.
지난해 정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26년만에 느닷없이 부활실시된 뒤시민생활에 불편과 고통을 주었던제도가 다시 이태째 강행실시에 들어갔다.
계속실시를 앞두고 상당수 시민들이 거센 반대의견을 밝히고 야당이 일제히 중지를 촉구했지만「이미 결정된 방침」대로 정부는일수불퇴다.
「여론과는 무관」하게「국민을 끌어가는행정」이 다시한번 시범되고 있다.
지난해 얼떨결에 결정을 당한뒤 가을이 이슥한 10월중순무렵까지 어거지「여름시간」에 생활리듬을 맞추느라 곤욕을 치렀던 시민들은 올봄도 계속실시와 함께 여기저기서고통과 불편을 쏟아놓고 있다.
생활의 불편과 함께 시민들이 터뜨리는 분노는 바로 이같은 허울좋은 명분의 뒤에 진짜 동기가 따로 숨어있는데 있다.
「올림픽중계방송과 관련, 올해만 실시하기가 멋적어(?) 지난해 한해예행연습을 한뒤 올까지만 시행하고 폐지될 제도」라는 근거있는 배경설명이 전파되면서 많은 시민들은 정부에 농락(?) 당하는 배신감을 맛보고 있다.
실시를 하루 앞두고 시민들의 호소가 쏟아지던 7일 기자는 관계부처에 차례로 전화를걸었다.
총무처-.
『그렇지않아도 많은 전화가왔다. 국무회의서 대통령령을 고쳐야한다. 관련부처는총무처·문공부·체육부다.』
체육부-.
『시민들이 그렇게 불편해하느냐.체육부와는 관계가 없다. 서울올림픽조직위(SLOOC)가이해관계가 있을지 모르나 우리가 나서서거론할 문제는 아니다.』
SLOOC-.
(흥분된 목소리로 더듬거리며)『서머타임을 올림픽과 직접 관련시키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 관련이 없지는 않지만 정부에서 일광시간활용을 위해 결정한 것이며 우리는그에따라어느정도 이익을 얻는 것뿐이다.』
총리실-.
『내일부터 실시되는데 언제 조정을 하겠느냐.그런 방침없다.』
시행결정은 분명 어디선가 했으련만 시정의 책임은 어디에도 없는 행정. 정부의체면은 살고 국민의체면은 여지없이 꾸겨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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