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돼지 펀드 … 옥수수 펀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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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올들어 주식형과 채권형 펀드들의 수익률이 지지부진하면서 실물펀드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때마침 정부의 규제완화로 과거엔 꿈도 꾸지 못했던 다양한 실물펀드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투자자들로선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된 것이다.

지난해 선박펀드가 나와 큰 인기를 끌더니 최근엔 커피와 설탕, 심지어 소와 돼지에 투자하는 실물펀드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올들어 설탕과 옥수수, 코코아 등 농산물 가격이 뛰면서 관련 실물펀드들의 수익률도 쑥쑥 올라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대한투자증권 강창주 상품전략본부장은 "지난해에 석유와 금 등 원자재 관련 펀드들의 성과가 좋았는데, 올해는 농산물 관련 펀드들이 바통을 이어받을 것 같다"며 "자산 배분 차원에서 주식형이나 채권형 펀드 이외에 실물펀드에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고 말했다.

소·돼지에 투자한다=기존 실물펀드는 원유나 금.구리 등 원자재.금속류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생활과 밀접한 상품을 내세운 실물펀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22일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은행에서 판매하는 '우리 Commodity 인덱스 펀드'다. 이 펀드는 원유나 금 뿐 아니라 소.돼지.면화.대두 등 모두 19가지 상품에 투자한다.

대투증권의 24일까지 판매하는 '대투 퍼스트 클래스 커피설탕 펀드'는 이름처럼 커피와 설탕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우리 Commodity 인덱스 펀드'가 투자금 전액을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것과 달리 일정 금액을 채권에 투자해 원금을 보장하고 나머지를 커피와 설탕에 투자해 수익률을 올린다.

이밖에 이미 운용 중인 실물펀드로는 '삼성파워오일인덱스파생상품' '에너지가격연계파생상품'등이 있는데, 설정시기에 따라 수익률 편차가 큰 편이다. 삼성투신운용 상품전략팀 나상용 과장은 "실물펀드 속성상 펀드설정 초기엔 좋은 수익률을 올리기 어렵다"며 "실물펀드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펀드 수익 어떻게 올리나=실물펀드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설탕이나 돼지 등을 직접 사는 것은 아니다. 이들 실물과 연계된 선물 등 파생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내고 있다. 펀드가 파생상품에 투자하더라도 결국 실물 가격의 상승분 만큼 수익을 올리도록 설계돼 있는 것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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