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올림픽 마지막 경기 앞둔 '국가대표 17년차' 신소정 "이상화처럼 눈물날 것 같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8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5~8위 순위 결정전 1라운드 스위스와 경기에서 패한 한국 골리(골키퍼) 신소정(왼쪽)과 이진규가 밝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나서며 인사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18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5~8위 순위 결정전 1라운드 스위스와 경기에서 패한 한국 골리(골키퍼) 신소정(왼쪽)과 이진규가 밝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나서며 인사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주전 골리 신소정(28)은 17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따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이상화의 모습을 바라봤다고 했다. 신소정은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얼마나 많이 아프고 힘들었으면 끝나자 마자 눈물을 흘렸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나도 그런 감정이 들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중1 때 태극마크를 단 신소정은 올해로 국가대표 17년 차다.

남북 단일팀 20일 스웨덴과 평창올림픽 마지막 경기 치러

남북 단일팀은 20일 스웨덴과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결정전을 치른다. 스웨덴전은 단일팀이 평창올림픽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다. "후련하면서도 벅찬 느낌이 들 것 같다"는 신소정은 '눈물이 날 것 같냐'는 질문에 "울지 않으려고 노력해야죠"라고 웃으며 답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 결정전을 하루 앞둔 남북 단일팀 박철호 감독(맨 오른쪽)과 코치들이 19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함께 골리(골키퍼) 신소정의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 결정전을 하루 앞둔 남북 단일팀 박철호 감독(맨 오른쪽)과 코치들이 19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함께 골리(골키퍼) 신소정의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18일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단일팀 훈련에서 신소정은 다른 선수들보다 20분 정도 일찍 경기장에 나왔다. 레베카 베이커 골리코치와 김도윤, 박철호 코치가 신소정의 훈련을 도왔다. 신소정은 훈련을 다 마친 뒤 동료, 코치진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 평창올림픽에서의 마지막 훈련이었다. 신소정은 "'마지막'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아쉽기만 하다. 대표팀에 모인 선수 대부분은 최소 4년 이상 올림픽만 바라봤다. 나도 10년 넘게 이 순간만을 꿈궜다. 마지막이라니까 슬프고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신소정은 스웨덴전을 자신의 마지막 경기로 생각하겠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생각해야 더 힘이 날 것 같다. 선수들 모두 즐겁게 뛰고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 12일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스웨덴에 0-8로 졌다.

단일팀은 조별리그(10일)에서 0-8로 대패를 당했던 스위스와 17일 5~8위 순위 결정전에서 다시 만나 0-2로 지며 격차를 많이 좁혔다. 신소정은 이날 유효슈팅 53개 중 51개를 막아냈다. 신소정의 선방쇼가 없었다면 점수차가 훨씬 더 벌어졌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당장 은퇴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신소정은 "내년에도 계속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 해외에서 하고 싶은데 지금까지 지원받았던 게 계속 이어질지 잘 모르겠다"며 "그게 아니라면 나도 나이가 있어서 예전처럼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가긴 힘들 것 같다"고 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 결정전을 하루 앞둔 남북 단일팀 골리(골키퍼) 신소정이 19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훈련을 하면서 퍽을 막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 결정전을 하루 앞둔 남북 단일팀 골리(골키퍼) 신소정이 19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훈련을 하면서 퍽을 막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신소정은 아이스하키 유학을 위해 자신의 경기 영상을 직접 편집해 캐나다 대학에 보냈다. 그는 캐나다 남동쪽 끝 노바스코샤의 세인트 프라이스 제이비어대에 2013년 입학해 주전 골리로 활약했다. 2016년엔 북미여자아이스하키리그 뉴욕 리베터스에 입단했다. 연봉 1500만원으로는 원룸의 월세를 내기도 버거워 집에서 ‘혼밥’을 먹으며 운동을 계속했다.

신소정은 "내가 고집을 피운다면 그동안 참고 기다려준 어머니께 정말 죄송할 것 같다. 그동안 불효하면서 지냈던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중요한데, 어떤 선택을 해야 행복할지 생각을 해봐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18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5~8위 순위 결정전 1라운드 남북 단일팀 대 스위스 경기. 한국 골리(골키퍼) 신소정이 골을 허용하고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18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5~8위 순위 결정전 1라운드 남북 단일팀 대 스위스 경기. 한국 골리(골키퍼) 신소정이 골을 허용하고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올림픽을 앞두고 수원시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실업팀을 창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직 국내에는 선수들이 급여를 받고 뛸 수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없다. 국가대표팀이 유일하다. 신소정은 "일단 해외에서 뛰어봤게 때문에 경기에 많이 나서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물론 지금 팀이 생기면 좋은 거지만 한 팀으로는 경기를 치를 수 없다. 또 후배들이 많이 있는데 제가 자리를 차지하는 것보다 기회를 돌려주는 게 좋을 것 같다"며 "그래서 복잡하다. 내일 경기를 마친 뒤 올림픽을 즐기면서 차근차근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강릉=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