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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라 "오늘은 절대 옷이 벗겨질 일 없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옷을 입은 채로, 세 군데나 꿰맸어요. 누가 벗기지 않는 한 절대 벗겨질 일이 없었어요."

19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쇼트댄스에서 한국의 민유라-알렉산더 겜린이 연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쇼트댄스에서 한국의 민유라-알렉산더 겜린이 연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민유라(23)-알렉산더 겜린(25) 조가 프리 댄스 진출에 성공했다. 민유라-겜린 조는 19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쇼트댄스에서 기술점수(TES) 32.95점, 예술점수(PCS) 28.28점을 합쳐 61.22점을 받아 '컷 통과' 했다.

아이스댄스에서는 전체 24팀 가운데 20위 안에 들면 프리 댄스에 진출할 수 있는데 현재 민유라-겜린 조는 최소 16위 이상을 확보했기 때문에 남은 경기와 관계없이 프리댄스(20일)에 진출한다. 이로써 민유라-겜린 조는 2002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에 출전해 24위를 기록한 양태화-이천군 조를 넘어 한국 아이스댄스 올림픽 최고 성적도 기록하게 됐다.

민유라·알렉산더 겜린 조가 19일 오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아이스 댄스 쇼트 댄스에서 연기를 마치고 코칭 스태프와 포옹을 하고 있다. 2018.2.19/뉴스1

민유라·알렉산더 겜린 조가 19일 오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아이스 댄스 쇼트 댄스에서 연기를 마치고 코칭 스태프와 포옹을 하고 있다. 2018.2.19/뉴스1

민유라와 겜린은 키스앤크라이존(성적 확인하는 자리)에서 60점이 넘는 점수를 받고 서로 얼싸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컷 통과가 됐다는 확인을 하고도 다시 안고 또 울었다. 민유라는 "올림픽 무대에서 프리댄스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걸 이룬 기쁨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 올림픽을 위해 미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겜린은 "한국 선수가 돼 많은 것들을 제공받았다. 항상 그 보답을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프리댄스까지 진출하게 돼 그 보답을 조금이나마 한 것 같아서 기쁘다"고 했다.

민유라는 이날 의상 관리를 철저히 했다. 앞서 팀이벤트(단체전) 쇼트에서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민유라의 의상 윗옷 끈이 풀어졌기 때문이다. 민유라는 당시 "옷 때문에 실수가 많았다. 지금까지 연습과 경기를 합쳐서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필 올림픽에서 이런 실수가 나와 아쉽다"고 했다.

[B컷is]민유라-겜린,의상끈 풀어지는 아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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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에는 옷을 입은 채로 세 군데를 꿰맸다. 몸 형태대로 그대로 맞춰 꿰맨 터라 결코 벗겨질 일이 없었다. 대신 혼자서 옷을 벗지 못해 경기 후에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의상을 벗었다. 민유라는 "오늘은 절대 옷이 벗겨질 일이 없다. 나도 못 벗을 정도인데 어떻게 벗겨지겠나"며 웃었다.

민유라의 의상 사건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민유라는 "일본, 스페인 선수들이 나에게 와서 '유라, 너의 기사가 우리나라에서 인기 폭발이야'라고 말해줬다"며 웃었다. 실제로 이날 믹스트존(취재공동구역)에선 외신 기자들이 몰려들어 민유라와 겜린을 인터뷰했다.

민유라(왼쪽)·알렌산더 겜린 피겨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선수가 7일 오전 강원도 강릉 올림픽선수촌에서 열린 대한민국 선수단 입촌식에 앞서 오륜 안경을 착용한 채 수호랑 인형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제공) 2018.2.7/뉴스1

민유라(왼쪽)·알렌산더 겜린 피겨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선수가 7일 오전 강원도 강릉 올림픽선수촌에서 열린 대한민국 선수단 입촌식에 앞서 오륜 안경을 착용한 채 수호랑 인형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제공) 2018.2.7/뉴스1

부끄럽게 여길 수도 있는 사건을 민유라는 화통하게 웃으며 해프닝으로 생각했다. 민유라는 "당시 당황했지만, 올림픽 무대에서 옷의 끈이 떨어진 사람은 나뿐일 거란 생각에 웃어 넘겼다"며 "그 이후 소셜미디어(SNS)에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와 나도 접속이 안될 정도였다"고 했다. 이어 "'흥유라'라고 많이 불러주는데 참 좋아하는 별명"이라고 했다.

재미동포인 민유라는 이번 올림픽 내내 밝은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단체전에서 다른 선수들이 경기를 할 땐 화려한 선글라스와 오륜 안경을 쓰고 열정적인 응원을 보냈다. 지난 7일 선수촌 입촌식에선 비보이와 함께하는 무대에 가장 먼저 뛰어나와 춤을 추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래서 ‘흥유라’란 별명도 생겼다.

강릉=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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