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몽둥이 휘두르지 말라"…중, 미 상무부 보고서 강력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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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제안이 담긴 미국 상무부 보고서에 반박한 중국 상무부 전경. [presstv]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제안이 담긴 미국 상무부 보고서에 반박한 중국 상무부 전경. [presstv]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새해 인사를 하자마자 중국을 겨냥해 ‘무역 몽둥이’를 휘둘렀다. ”
중국의 경제전문지인 매일경제신문은 외국산 철강ㆍ알루미늄에 대해 고율 관세 부과를 제안하는 내용이 담긴 미국 상무부의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무역 몽둥이’에 비유했다. 하필이면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절(설)을 맞아 정초 연휴에 돌입한 시점에 상무부의 보고서가 공개된 데 대한 감정적 반발도 느껴진다.

미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고율 관세' 검토 #"중국 이익 침해되면 반드시 행동 나설 것" #트럼프, 무역규제 시행땐 보복조치 강력 시사

중국은 상무부의 보고서를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보호주의 정책이 현실화되는 직전의 단계로 보고 있다. "미ㆍ중간 무역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선전포고로 받아들이는 기류도 있다. 형식적으로는 모든 외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보고서가 겨냥한 최대의 실질적 타깃은 중국이란 게 관ㆍ민 구별없는 공통 인식이다.

중국 상무부는 연휴 중인 17일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왕허쥔(王賀軍) 상무부 무역구제조사국장은 무역 규제를 제안한 미국 정부의 보고서를 가리켜 “근거가 없고 사실과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미국은 이미 대다수의 (외국산) 철강ㆍ알루미늄 상품에 대해 반(反)보조금 관세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자국 상품은 과잉 보호하고 있다”며 미국에 대한 역공도 펼쳤다.

중산(鍾山·61) 상무부장. [중앙포토]

중산(鍾山·61) 상무부장. [중앙포토]

또 미국 정부에 무역 보호수단의 사용을 자제하고 세계 경제와 무역질서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다자 규정을 준수할 것도 촉구했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적용의 근거로 자국 방위산업 경쟁력 유지등 안전보장 문제를 들고 있는 데 대해서는 “이를 각국이 모방하면 세계의 무역질서에 심각한 영향이 발생한다”고도 지적했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가 각 회원국에 대해 일방적 무역 제한 조치를 금지하면서도 안보 문제를 이유로 내세울 경우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데, 중국은 이 예외 조항이 남용되어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강조했다.
요컨대 세계 최대 무역국인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공세에 맞서 현행 세계 무역질서를 지키는 대열의 선봉을 자처하고 나선 형국이다.

 초미의 관심은 상무부 보고서가 적시한 대로 무역 규제가 실행될 경우 중국이 대항 조치에 나설 것인지의 여부다. 이와 관련, 왕 국장은 성명에서 “미국의 최종 결정이 중국의 국익에 영향을 준다면 우리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를 취해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지켜 나갈 것”이란 경고를 잊지 않았다. 보고서에 적시한 제안대로 무역 규제가 실행될 경우, 중국도 보복 조치에 나설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발언이다. 미ㆍ중 간의 전례없는 고강도 무역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만일 미ㆍ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된다면 그 시점은 4월 중순 이후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무부의 보고서를 검토하고 고율 관세 부과 등의 대응방침을 최종확정하는 시한이 철강의 경우 4월 11일, 알루미늄은 4월 19일로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미 상무부는 16일(현지시간) 중국과 한국 등 12개 국가의 철강 제품에 대해 53%의 관세를, 중국ㆍ러시아ㆍ베네수엘라ㆍ베트남ㆍ홍콩의 알루미늄에 대해 23.6%의 관세를 각각 적용하는 등의 방안이 담긴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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