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금메달' 최민정, 오늘은 기쁨의 눈물 흘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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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준비했던 것들이 생각나서 눈물이 났다."

17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1500m 쇼트트랙 경기에서 최민정이 환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17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1500m 쇼트트랙 경기에서 최민정이 환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얼음공주' 최민정(20·성남시청)이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자마자 하얀 이를 드러내고 시원하게 웃었다. 하지만 고글 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최민정은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따고 활짝 웃으면서 또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최민정(20·성남시청)이 17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500m에서 2분24초948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바퀴를 남기고 4위로 처져있던 최민정은 아웃코스로 파고들어 단숨에 맨 앞에 섰다. 무섭게 속도를 올려 따라오던 선수들과 격차를 벌렸다. 그리고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세상에서 가장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아랑(고양시청)은 4위를 기록했다.

최민정의 금메달로 한국 쇼트트랙은 여자 1500m 왕좌를 12년 만에 되찾았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던 한국은 2010년 밴쿠버올림픽(이은별 은, 박승희 동)과 2014년 소치올림픽(심석희 은)에선 우승하지 못했다.

17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1500m 쇼트트랙 경기에서 최민정이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 오종택 기자

17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1500m 쇼트트랙 경기에서 최민정이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최민정의 별명은 '얼음공주'다.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로 상대 선수를 제치는 모습 때문에 이런 별명이 붙었다. 경기장 바깥에서도 최민정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 최민정인 지난 13일 여자 500m 경기에서 실격을 당하고 펑펑 울었다. 하지만 나흘 만에 마음을 다잡고 다시 질주해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 다음은 최민정의 일문일답.

-경기 끝나고 눈물을 흘렸다.
"너무 힘들게 준비했던 것들이 생각나서 감정이 북받쳤다. 4년 동안 꿈에 그리던 올림픽에 나와 금메달을 따니까 그 감정이 말로 설명 불가능하고, 이게 꿈인가 싶다."

-500m 끝나고 흘린 눈물과 의미가 다를 것 같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 같다. 그 때도 그동안 해왔던 걸 생각하며 흘린 눈물인데 결과만 달랐다."

-어떤 게 그렇게 힘들었나.
"아무래도 신체적으로 가장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감독님을 비롯해서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잘 이겨냈다."

-레이스에서 왼손을 뒤로 빼는 모습이 보이던데 실격 규정을 의식한 것인가.
"어느 정도 그런 부분이 있다. 또 1500m는 500m보다 속도가 덜 나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다. 500m는 과정이었고 연연하지 말고 빨리 잊으려고 노력했다."

17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1500m 쇼트트랙 경기에서 최민정이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 오종택 기자

17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1500m 쇼트트랙 경기에서 최민정이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 오종택 기자

-4관왕 기대가 컸는데 부담되지 않았나.
"부담감은 선수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 자리에 맞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올림픽 금메달 의미는.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월드컵 우승 때도 그렇고 당시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지나고 나면 그만큼 가치가 소중할 것 같다. 지금은 그저 꿈만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 더 소중해지지 않을까 싶다."

-남자 쇼트트랙 임효준은 금메달을 햄버거 먹고 싶다고 했다. 이제 뭐하고 싶나.
"푹 쉬고 다음 종목 준비해야 한다. 가족 여행도 가고 싶다. 엄마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기로 했다. 엄마는 휴양지를 가고 싶어 한다. 엄마가 그동안 너무 힘드셨다. 내가 시합할 때 입술이 부르텄다. 그런 모습을 엄마가 보고 속상해 하셨다."

강릉=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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