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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아시아 첫 1500m 동메달 … 종목 따라 고무줄 몸무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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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9세 ‘빙속 괴물’ 김민석이 13일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아시아 선수가 겨울올림픽 1500m에서 메달을 딴 것은 김민석이 처음이다. [AP=연합뉴스]

19세 ‘빙속 괴물’ 김민석이 13일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아시아 선수가 겨울올림픽 1500m에서 메달을 딴 것은 김민석이 처음이다. [AP=연합뉴스]

“우하하. 저 시상식부터 다녀올게요.”

19세 빙속 괴물 1분44초93 기록 #“관중 응원에 힘나” 막판 폭풍질주 #5000m 뛰려 지난해 7㎏ 줄였다가 #1500m 집중하려 두 달새 4㎏ 늘려

갑자기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김민석(19·성남시청)이 나타났다. 그러고선 바로 펜스를 밀치고 나가려고 했다. 당황한 자원봉사자가 제지하자 그는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하다가 잽싸게 달려나갔다. 19세 ‘빙속 괴물’은 생애 첫 올림픽 메달 획득에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김민석이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깜짝 동메달’을 따냈다. 김민석은 13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1500m 경기에서 1분44초93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키얼트 나위스(네덜란드), 파트릭 루스트(네덜란드)에 이어 3위다. 아시아 선수가 겨울올림픽 빙속 남자 1500m에서 메달을 딴 것은 김민석이 처음이다.

김민석은 전날 인코스에 배정받자 “인코스가 유리하다”며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기자가 몸 상태가 좋은지 묻자 “내일 경기 결과로 알려드리겠다”고 대답했다.

13일 결전의 날, 출발선에 선 김민석의 표정은 비장했다. 15조에서 뛴 김민석은 경기 초반엔 다소 느리게 출발했지만 300m부터 점점 속도를 올려 중간 순위 3위까지 올라섰다.

그는 “700m 구간을 지나면서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관중석에서 내 이름을 외치면서 응원을 해주셔서 나도 모르게 힘이 났다. 경기하면서 내 이름을 이렇게 많이 들은 건 처음”이라고 했다.

그가 레이스를 마친 뒤 6명의 선수가 남아 있었다. 특히 올 시즌 월드컵 랭킹 2위 쿤 페르베이(네덜란드)를 비롯해 1500m 강자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기에 메달 획득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김민석의 기록에 못 미쳤다. 초조하게 코스 안쪽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김민석은 동메달이 확정되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펄쩍펄쩍 뛰었다.

키 1m78㎝의 김민석은 남자 1500m의 다크호스로 꼽힌다. 지난해 2월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500m에선 1분46초05의 기록으로 5위에 올랐다. 그때도 세계 3위인 조이 맨티아(미국·1분46초70), 세계 5위 패트릭 로스트(네덜란드·1분46초16)를 뛰어넘었다. 당시 동메달을 땄던 ‘빙속 황제’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1분45초50)와는 불과 0.55초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김민석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주 종목이 1500m인 김민석은 올림픽을 앞두고 장거리인 5000m에도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몸무게를 7㎏가량 줄여 68㎏으로 만들었다. 몸을 가볍게 만들어 지구력을 키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5000m 대표 선발전에서 아쉽게 4위에 그쳐 올림픽 출전권을 따지 못했다.

김민석은 실망하지 않고 목표를 다시 바꿨다. 중거리인 1500m에 집중하기 위해 파워를 늘리기로 했다. 그러려면 다시 몸무게를 늘려야 했다. 두 달 만에 4㎏을 불려 72㎏이 됐다. 급격한 체중 변화는 경기력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김민석은 “천천히 먹는 양을 늘려서 크게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강릉선수촌에 들어간 뒤엔 자전거를 매일 30~40분씩 타면서 컨디션을 조절했다. 그렇게 파워를 장착한 김민석은 처음으로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큰 사고(?)를 쳤다.

김민석은 “다른 선수의 남은 경기를 지켜보면서 계속 조마조마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이 종목에서 메달을 땄다니 영광”이라며 “이제 ‘빙속 괴물’이 되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강릉=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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