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등 외부충격 대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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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원화 환율이 달러당 70원 떨어지면 매출이 8000억원, 영업이익은 5600억원 줄 것으로 추산한다. 올해 평균환율이 950원이 될 경우 지난해 총 영업이익 규모(1조3841억원)의 40% 정도가 허공으로 날아가는 셈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소형차를 해외로 이전하고 한국 내에선 마진 높은 차량을 생산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다.

일본 나고야시 주쿄(中京)대의 전우석 교수는 "도요타는 1980년대 수출이 급증하면서 해외공장 증설에 따른 대규모 생산 차종 개편을 해 성공했다"며 "현대차의 글로벌 생산기지 재편은 이 회사가 도약하느냐 마느냐의 시금석"이라고 평했다. 해외생산 확대와 차종 고급화 전략은 환율.고유가 같은 외부 충격에 대한 쿠션을 만들겠다는 조치다.

우선 고가 차인 그랜저의 생산을 늘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또 클릭 라인을 해외로 이전하고 여력을 중대형 차종에 쏟기로 했다. 국내 6군데 공장 가운데 생산성이 가장 높은 충남 아산공장(연 30만 대 규모)을 고급화 기지로 택했다. 아산공장에선 올해 그랜저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60% 늘려 15만 대를 목표로 잡았다. 내년에는 26만 대를 생산한다. 이에 따라 올해 그랜저 내수를 지난해보다 40% 이상 늘리고 수출 목표는 두 배 이상인 4만1000대로 잡았다. 그랜저(3.8ℓ) 수출 가격은 2만7000달러 안팎이다. 내년 나올 다이너스티 후속은 울산5공장에서 생산하고 대신 테라칸 후속은 2공장으로 보낸다. 고가 차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다.

울산 1공장에서 만들어 온 클릭은 수출뿐만 아니라 내수에서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남아있는 내수 물량(연 1만8000대 규모)도 기아자동차의 모닝처럼 외주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조립라인은 내년 말까지 인도 첸나이 2공장으로 이전한다. 이에 따라 인도의 클릭 생산량은 올해 4만7000대에서 2008년 25만9000대로 급증한다.

미국에선 소형차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0년부터 중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CUV)을 10만 대씩 생산할 계획이다. 미 앨라배마 공장을 확장하거나 부근에 제2공장을 짓는 것이 유력하다. 2만5000달러 이상 고가 차량의 북미 시장 점유율을 1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장기 전략에 따른 것이다.

현대차의 올해 해외생산은 96만 대로 전체 생산량의 33%다. 세계 유수의 완성자동차에 비하면 초라한 편이다. 현대차는 2009년 해외에서 186만 대를 생산해 국내생산 규모를 초과할 계획이다.

노조의 반발이 가장 큰 관건이다. 생산 차종 변경은 단체협상에 따라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 이번 재편 역시 국내 물량을 줄이기 위한 의도로 노조는 본다. 아산공장에서 매년 26만 대씩 그랜저를 생산하다 판매가 제대로 안 될 경우 근로시간이 줄고 결국 일자리 감소 위협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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